기후 변화, 충격과 공포를 넘어 해법과 행동을 이야기하자.

종말론적 프레임이 문제 해결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멈춰야 한다’에서 ‘시작해야 한다’로 프레임을 바꿔라

“이러다가는 다 죽어. 제발 그만해.”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의 대사 가운데 일부다. 11월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마련한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기조 강연에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은 오일남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못에 물벼룩이 있는데 한 번 분열할 때마다 두 배가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1분 마다 두 배씩 늘어 어느 새 연못의 절반이 찼습니다. 최재천 같은 물벼룩이 나서서 ‘이러다 다 죽는다’고 했더니, 다른 물벼룩들이 ‘아직 이렇게 공간이 많은데 뭐가 문제냐’고 합니다. 멸망의 순간이 1분 밖에 안 남았는데 ‘기술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줄 거다’ 이런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 멸망이 닥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인데 말이죠.”

최재천은 “기후 변화 회의론자들에게는 빼도박도 못할 증거를 보여줘도 말이 안 통한다”면서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고 비유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기자 신혜정은 이날 토론회에서 “독자들은 양질의 기사가 없다고 하고 기자들은 써도 안 읽는다고 하는데, 눈에 잘 띄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기사와 언론이 선호하는 방식과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기후 변화 보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태원 참사 같은 큰 사건이 터지면 기후 이슈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 기후 이슈가 정치, 경제, 사회 이슈보다 덜 시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당장 나가야 하는 게 아닌 것도 맞다”고도 말했다.

기후 위기 보도,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한국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7%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67.8%는 “언론의 기후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 결과와 피해의 심각성은 잘 다루는 편이지만(63.4%), 제도적·정책적 해결 방안 등은 잘 다루지 못하는 편(67.1%)이라는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신혜정은 “독자들은 기후 변화의 해결책을 듣고 싶어한다”면서도 “기후 변화는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고 단일한 책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야마가 뾰족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책임자를 찾기 보다는 더 나은 해결책이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후 변화 저널리즘의 문제는 단순히 기사가 부족하거나 취재 인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기사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언론사가 의제 설정을 주도할 수도 있겠지만 열독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편집의 우선 순위에서 뒤처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장 기자들의 하소연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원 진민정은 결국 뉴스룸의 우선 순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AFP는 2019년 기후 변화를 뉴스룸의 우선 순위로 정하고 ‘지구의 미래(The Future of The Plenet)’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화석 연료를 채굴하는 기업의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olumbia Journalism Review)’는 “탁월한 기후 변화 보도가 지금까지 가디언에서 나왔다”면서 “가디언은 세계적 문제인 기후 변화의 과학적,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보건상의 측면을 강력하고 명확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BBC는 ‘퓨처 플래닛(Future Planet)’이라는 버티컬 섹션을 두고 솔루션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2010년대 후반까지 기후 침묵(climate silence)이라고 부를 정도로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지만 비영리 언론사 중심으로 기후 변화를 다루는 보도 늘어나면서 2020년대 들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기후 변화 섹션을 마련하고 전담 기자를 두는 등 전면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반복된 문제, 새롭지 않다고?

옥스포드 기후 저널리즘 네트워크(Oxford Climate Journalism Network) 공동 설립자 볼프강 블라우(Wolfgang Blau)은 위스콘신대학교 언론윤리센터와 인터뷰에서 “기후 담당 기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기후 변화 보다 더 중요한 다른 주제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면서 “데스크들은 황금 시간대에 예정된 기사를 출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데스크들은 새로운 게 뉴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기후 변화는 이미 새롭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기후 변화 이슈는 지난해에도 있었고 내년에도 여전히 남아있을 텐데 왜 굳이 오늘 그 이야기를 써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흔히 기상 이변을 더 중요하게 다루기도 합니다. 당장 그 언론사가 있는 지역의 홍수 피해가 몇 년 뒤에 닥칠지 모르는 기후 재난 보다 더 심각하게 다뤄지죠. 기상 이변은 단순하지만 기후 변화는 인과 관계가 복잡하죠. 남극에서 커다란 빙산이 무너졌다거나 사상 최악의 산불이 났다거나 하면 기사가 되지만 중요한 과학적 연구 결과는 거의 뉴스에 나오지 않거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IPCC 보고서 같은 게 발표됐거나 어쩌다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때가 그나마 이벤트가 되죠.”

뉴요커 기자 엘리자베스 콜버트(Elizabeth Kolbert)는 ‘콜롬비아 저널리즘 리뷰’와 인터뷰에서 “세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기사를 반복해서 쓰기는 정말 어렵다”면서 “날마다 쓸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고 독자들은 우울하고 답이 없는 뉴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기자들 스스로도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건 알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이야기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다”는 이야기다.

‘콜롬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기후 저널리즘이 ‘진짜다(It’s Real)’ 시대에서 ‘나쁘다(It’s Bad)’ 시대를 지나 솔루션의 시대(the solutions era)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나쁘다’ 시대는 오랜 ‘진짜다’ 시대의 투쟁의 결과였다. 한 때 기후 위기가 거짓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기후 위기를 전면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얼마나 나쁜 상황인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히 나쁘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기에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진단이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산불이 꺼지지 않고 사상 최악의 폭염에 생물 다양성 붕괴와 식량 위기 등 재앙이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 훨씬 더 큰 재앙이 닥칠 거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렇게 사람들을 겁주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예일대학교 환경대학원 앤서니 라이세로위츠(Anthony Leiserowitz) 등이 미국 국민들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 ‘The Alarmed(깨우친 사람들)’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 중이라고 확신하고 인간이 초래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사실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 ‘The Concerned(우려하는 사람들)’는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기후 정책을 지지하지만 당장 영향을 미치는 급박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후 변화 이슈가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다.
– ‘The Cautious(신중한 사람들)’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들이다.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나요? 사람이 원인인가요? 심각한 건가요? 등의 질문을 한다.
– ‘The Disengaged(동떨어진 사람들)’는 지구 온난화에 관심이 없거나 거의 모른다. 언론 보도도 찾아보지 않는다.
– ‘The Doubtful(의심하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를 믿지 않는다. 자연 순환이라고 생각하거나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The Dismissive(무시하는 사람들)’는 아예 지구 온난화를 사기극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믿거나 음모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추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반복해서 같은 질문으로 설문 조사를 하면서 추적한 결과 ‘The Alarmed’는 18%에서 33%로 늘었고 ‘The Dismissive’는 11%에서 9%로 줄었다. 미국의 경우지만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고 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호주를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만약 독자들 가운데 ‘The Alarmed’의 비율이 높다면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시작해도 된다. ‘The Concerned’나 ‘The Cautious’에 해당하는 독자들이라면 여전히 기후 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이슈인지 계속 강조할 필요가 있다.

엑서터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샤프란 오닐(Saffron O’Neill) 등이 네이처(Nature) ‘기후 변화(Climate Change)’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2015년 주요 언론이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5차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기사를 분석한 결과,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 중심으로 다룬 첫 번째 보고서는 65개의 기사에서 인용됐는데 감축 목표와 실행 계획을 다룬 두 번째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는 51건에 그쳤고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다룬 세 번째 보고서는 27건에 그쳤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언론 보도에서 합의 보다는 논쟁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영국보다 미국 언론이 IPCC 보고서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비영리 조직 ‘기후 센터(Climate Central)’는 이 논문을 소개하면서 “기자들이 문제를 강조하는 게 문제의 해결 과정을 따라가는 것보다 뉴스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샤프란 오닐은 ‘기후 센터’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변화를 “언론의 ‘기후 기사 피로감(climate story fatigue)’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기자들이 (실제로는 다른 내용이지만) 같은 보고서를 계속 인용 보도하는 데 지쳤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콜로라도대학교 환경과학협력연구소 교수 맥스웰 보이코프(Maxwell Boykoff)는 “우리는 일상적으로 ‘나쁜 뉴스’에 두들겨 맞는다(barraged)”면서 “기자들에게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라는 건 아니지만 대중과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앤서니 라이세로위츠는 “기후 변화를 가장 우려하는 사람들도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런 ‘희망의 간극(hope gap)’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파멸이 임박했다고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후 위기를 다루는 비영리 단체인 클라이밋액세스(Climate Access)는 “기후 변화의 위험을 강조하는 보도는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위기감을 조성하지만 체념과 절망으로 이어지고 정작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기자 출신의 알래스카대학교 교수 엘리자베스 아놀드는 “많은 기자들이 기후 난민을 취재하러 알래스카에 와서 멋진 장면을 찍고 돌아가지만 그들 대부분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알래스카 키발리나의 문제가 아니라 보스톤과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미국의 다른 지역 뿐만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지만 스펙터클을 소비할 뿐 실제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현상을 기록하려는 열망과 만나면서 북극 인근 주민들은 기획 취재의 단골 소재가 됐다. 기자나 과학자, 정치인들이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기후 피해자가 된 기분이 어떻습니까? 한밤중에 집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어떤가요? 당신의 문화를 잃는 것이 두려우신가요? 폭풍우가 얼마나 심합니까? 당신이 그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어떤 느낌입니까?”

한국에서도 한빛나라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10년 1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경향신문과 매일경제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 5개 신문에 실린 기후 변화 주제의 기사 1만9803건을 분석한 결과 2016년 4월 파리 협정이 체결되기 이전에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에 대한 보도가 많았는데 파리 협정 체결 이후에는 미국의 기후 협약 탈퇴와 같은 국제 사회 이슈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쟁점 등 정책적이고 거시적 측면의 보도가 늘어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한국 언론은 기후 변화를 거대 담론을 형성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환경적, 국제적, 경제적 이슈로 보도했지만 실질적으로 기후변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일상에서의 대응 행동과 관련한 부분은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 신문들은 상대적으로 자연 현상을 주제로 한 보도가 많았고 진보 성향 신문들은 상대적으로 기후 변화를 인류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생태계 다양성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단편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전달하거나 거대 담론 측면에서 기후 변화 이슈를 다룬 기사가 대부분이었다는 분석이다.

종말론적 프레임이 냉소와 체념 부른다.

한빛나라 등은 이 연구에서 “언론이 기후 변화로 인한 부정적 결과와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면서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대응 행동을 제시하는 데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문제에서도 사람들은 언론이 논하지 않는 이슈 즉,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거나,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는 쉽게 간과한다”면서 “위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언론은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대응 행동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기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승경 등은 “사람들은 기후 변화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기후 변화를 감소시키기 위한 사회적 대응을 강조하는 메시지에서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성향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행동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기후 변화를 추상적으로 제시하는 메시지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이를 테면 “인류와 동식물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메시지와 “쌀 수확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감염병 유행 건수가 3배로 늘었다”는 메시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끌어낸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중요할 때다”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역시 대응 행동의 의도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이런 메시지를 교차해서 보여주면서 응답자들의 반응을 조사했더니 행동에 대한 즉각적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추상적으로 설명하거나 개인적 실천을 강조하는 메시지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행동을 감소시키는 변인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느끼게 만들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그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기 보다는 사회적 대응을 강조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루시아 그레이브스(Lucia Graves)는 “공포나 희망, 어느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를 테면 녹아내린 빙산 조각 위에 위태롭게 걸쳐 앉아 있는 굶주린 북극곰의 사진과 태양열 가로등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행복한 가족의 사진 같은 것의 차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종말론적(Doom and Gloom)인 프레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고 비판했고 “사람들을 겁주는 것이 그들이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그러나 그레이브스는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해 “사람의 감정은 복잡하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거칠게 조정하려는 시도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파멸 시나리오는 충분, 해법과 대응에 초점을 맞춰라.

기후 전문 기자 앤드류 레브킨(Andrew Revkin)은 유엔 뉴스(UN News)와 인터뷰에서 언론이 기후 활동을 지원하고 잘못된 정보에 맞설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첫째, 기후 변화 이슈를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 일부러 긍정적인 전망을 유도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침울하고 우울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이슈에서 멀어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당장 클릭을 불러들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신뢰를 잃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둘째, 기후 변화는 단순히 기후 이야기를 넘어서야 한다. 사상 최악의 산불이나 홍수에 대해 기사를 쓸 수 있지만 여기에 멈춰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헤드라인에 기후라는 단어를 넣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도 있다.

셋째, 지역 상황과 연계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루는 게 좋다. 기상 이변이 단순히 자연 재해가 아니라 기후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물론 모든 이상 기후가 기후 변화로 촉발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불가항력의 재난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지역 사회의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넷째, 허위 정보에 맞서려면 신뢰와 관여를 구축해야 한다. 레브킨은 “속기사 같은 기자보다는 눈사태 이후 산악 가이드 같은 기자가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상충되는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믿을만한 언론이라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섯째, 과학을 근거로 긍정의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 레브킨은 “30년 동안 환경 전문 기자로 일하면서 ‘멈춰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왔는데 이제는 멈춘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 “프레임이 ‘멈춰야 한다’에서 ‘시작해야 한다’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악시오스 환경 전문 기자 에이미 하더(Amy Harder)는 기후 변화가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온실 가스를 크게 줄이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고 고립된 개별 국가에 더 나은 것이 지구 전체에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반대로 개별 국가에 더 나쁜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구에 더 좋을 것이다. 미국 공화당은 중국과 인도가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배출량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데 이런 논리가 집단적인 사고로 나타나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막는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당장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더라도 최소 수십 년 동안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기 어려울 거라는 데 있다. 최소 2년 주기로 돌아오는 선거에서 장기적인 전망을 모색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용은 지금, 효과는 10년 뒤?

다른 정책과 달리 기후 변화는 누적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오래 기다릴수록 문제는 더 커지고 해결하기 어려워지며 해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피드백 루프를 촉발한다. 정부 입장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만드는 다른 공공 정책이 얼마든지 있다. 의료법을 개정하면 당장 시행한 날부터 바로 효과가 발생한다. 트럼프의 이민 정책도 즉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당장 비용이 들지만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지금 지불할 것이냐, 나중에 지불할 것이냐, 시간 단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 아이디어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익사이팅에프엑스 대표 강정수는 지난 8월25일 미디어오늘 주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기후 저널리즘의 실천 목표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뉴스룸 내부의 기본 지식(basic knowledge)을 늘리는 것이고 둘째는 독자들의 기본 지식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테면 스포츠부에 있는 기자들도 필리버스터 등의 기본적인 정치 용어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정치부에 있는 기자들도 오프사이드나 삼진아웃 같은 상식적인 스포츠의 룰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차이를 정확하게 모르고 1.5℃ 감축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뉴스룸 구성원들의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훌륭한 기후 전문 기자가 있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게 강정수의 주장이다. 아무리 뛰어난 정보기술 전문 기자가 있어도 뉴스룸에 디지털 마인드가 없다면 디지털 전환이 더딘 것처럼 기후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기후 변화는 언론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 보다 훨씬 더 급박한 지구적인 이슈다.

독자들 역시 최소한의 기본 지식을 갖춰야 한다. 독자들이 성장해야 기자들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고 좀 더 진전된 논의를 제안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음식 사진을 고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주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기후 변화 퀴즈는 단순히 재미 요소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인식도 조사 성격도 있다. 우리 독자들이 어느 정도 수준이니 낮은 단계의 설명은 건너 뛰어도 된다는 등의 편집 전략의 변화도 가능하게 된다.

“뉴스룸의 자원을 기후 변화 이슈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저널리즘의 프레임워크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강정수의 주장이다. “기후 변화 이슈가 디지털 혁신 못지 않게 중요한 시스템 혁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뉴스룸의 진화와 함께 독자들의 기본 지식을 키우는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할 때”라는 제안이다.

참고 논문.
진민정, 국내 기후변화 보도의 현황과 개선 방안,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년.
한빛나라, 기후변화 언론보도 빅데이터 분석 : 시기 및 언론사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이를 중심으로, Crisisonomy, 2021년.
함승경, 해석수준과 대응수준이 기후변화 대응행동 의도에 미치는 영향 : 심리적 거리의 매개효과와 미래 / 즉각적 결과 고려의 조절효과 중심, 한국언론학보, 2021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질문을 바꾸면 해법이 보입니다.

이규원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연구원이 말하는 감시견과 안내견, 언론의 새로운 역할 모델.

[편집자 주] 지난 8월25~26일 열렸던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이규원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연구원의 발표를 지상 중계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오늘 제 이야기는 미국의 클리블랜드라는 도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클리블랜드는 인구가 한 200만 명 정도 되는 한국으로 치면 대전이나 한 대구 정도 규모 되는 도시고요. 메이저리그 야구팀으로도 익숙한 도시이기도 하죠. 우리한테 익숙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클리블랜드는 이 도시 전역에 걸쳐서 그리고 수십 년에 걸쳐서 노후 주택에서 검출되는 납 중독이 문제였습니다. 특히 빈곤층 주거 지역에서 임신부와 영유아들의 납 중독이 치명적인 질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죠.

클리블랜드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가운데 한 곳인 클리블랜드플레인딜러가 이 문제를 계속 다뤄왔는데요. 그러니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정책 결정권자들을 압박하고 이런 일들을 해왔던 거죠. 그런데 여러분 우리도 우리가 사는 곳의 어떤 문제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면 알 수 있을 텐데요. 어떤 문제가 문제라고 처음 언론에 보도가 됐을 때, 사람들은 정말 큰 문제다, 해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그 문제가 수년에 걸쳐서 계속해서 반복되고 지지부진 해결되지 않을 때 어떻게 되나요?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미세먼지라든지, 교통 체증이라든지 이런 문제들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요. 클리블랜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거죠. 처음에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정책 결정권자들이 앞다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죠. 그런데 똑같은 문제가 몇 년에 걸쳐서 해결되지 않고 나니 더 이상 사람들이 언론 보도에 대해서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겁니다.

같은 문제와 다른 접근.

그래서 2016년에 기자들이 시도한 것이 뭐냐면 문제를 단순히 지적하는 감시견 역할에서 나아가 동일한 문제가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잘 해결되고 있는지, 최소한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를 함께 취재해 보자는 접근에서 안내견 역할을 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로체스터도 가고 미시건도 가고 하면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클리블랜드와 달리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는 도시들은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하고 있길래 가능했는지를 항목별로 비교 분석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준 거죠. 이를 테면 첫 번째 항목을 보시면 클리블랜드에서는 어떤 노후 주택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가 납 중독으로 판명되고 나서야 그 노후 주택에 납 성분이 검출됐는지, 검출되지 않는지를 검사를 했는데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다른 도시에서는 그런 일이 있기 전에 선제적인 검사를 하고 있었던 거죠. 세 번째 항목을 보면 클리블랜드에서는 아이들이 뭔가 납 중독의 증상이 발현되고 나서야 아이들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곤 했는데 다른 도시들에서는 그런 일이 있기 전에 또 역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었던 겁니다.

여러분, 이렇게 우리 클리블랜드에서는 얼마나 이 문제가 지지부진한지를 지적하는 보도와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성공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 다른 도시의 사례들, 그리고 그것을 이렇게 자세하게 분석해서 보여줬을 때, 독자들의 반응과 사회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우리 클리블랜드에서는 이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이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인 줄 알았는데, 그동안 정치인들과 정책 결정권자들이나 보건 담당자들이 이건 당연한 거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만 내놓았었는데 이제 그런 변명거리가 사라진 거죠. 왜냐하면 동일 조건에 있는 다른 도시들을 이렇게 잘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이 보도가 나가고 나서 어떤 일들이 있었냐면 클리블랜드의 보건 담당자들 4명 가운데 3명이 자진 사퇴하거나 해임됐고요. 납 성분 검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3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의회는 시 조례를 제정하고 통과시켰습니다. 오하이주에서는 주 차원에서 클리블랜드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을 촉구하는 일종의 주 차원의 압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이 문제를 지지부진 미룰 수 있는 변명거리가 없어졌기 때문이죠.

문제에 대한 대응과 한계, 그리고 통찰.

솔루션 저널리즘의 접근이란 바로 이런 겁니다.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던 것에서 나아가서 그렇다면 그 동일한 문제가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잘 개선되고 있는지, 혹은 해결되고 있는지를 보도에 함께 포함시켜 보자는 거고 그래서 다시 말하면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던 것에서 나아가서 그 문제에 대한 대응과 그런 대응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대응이 진짜 효과가 있는지, 정말 그게 믿을 만한 이야기인지, 근거와 함께 보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이 우리 독자들과 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떤 통찰과 교훈을 줄 수 있는지도 보도해야 하고요. 이런 대응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부분이 있을 수도 있죠. 한계가 있을 수도 있고요. 이런 부분도 모두 보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솔루션 저널리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주요 방송사들의 사건 보도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총격 사건 사고를 비롯해 허리케인으로 인한 자연재해, 그리고 집회와 시위 등등, 모든 방송사들이 처음에 그 일이 있고 나서는 하나같이 달려들어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 이런 큰 문제가 났습니다, 이것 보세요”하고 말이죠. 우리도 서울에서 도심 지역에 침수 사고가 일어났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죠. 왜냐하면 모든 언론사가 달려들어서 이야기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고 나서 5일과 10일, 15일이 지난 뒤에 어떻습니까. 이야기가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우리 독자와 시청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어떤 상황이 일어났다는 건 아는데 그 뒤 어떤 일들이 뒤따랐고, 어떤 대응들이 있었고 어떤 사회적인 노력들이 있어서 해당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전달받고 있지 못하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애틀의 언론사 시애틀타임스는 교육 문제를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애틀은 중고등학생의 중도 퇴학 문제가 심각했는데요. 과거에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독자한테 반복적으로 자극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었죠. 그런데 시애틀이라는 도시를 작은 단위로 쪼갠다고 했을 때, 전체 평균을 보는 것이 아니고 그 작은 단위들 중에서 그러면 어떤 지역은 중도 퇴학이 평균에 비해서 낮은 지역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거기서는 어떻게 뭘 잘하고 있길래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그 지역은 학부모와 교사, 학생, 교육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서 중도 퇴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체계적인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거죠. 이제 이런 시각을 적용해서 교육 문제에 대한 솔루션 저널리즘 시리즈를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이 솔루션 보도 시리즈가 나오고 난 후에 62%의 시애틀타임스 독자들이 “이런 접근이 문제에 대한 관점을 바꿨다”고 답변했습니다. 학부모의 50%와 교사의 84%가 “이런 솔루션 저널리즘 시각이 적용된 보도를 다른 사람과 한번 이야기하고 싶어졌다”고 응답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수치죠. 페이지뷰는 102% 늘어났고 사람들이 페이지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180% 증가했고요.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비율은 230% 그리고 독자의 재방문율은 64% 증가했습니다.

해법을 담으니 훨씬 더 많이 오래 읽었다.

미국의 일반 대중 독자 750여명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가 있습니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쓰인 두 가지 기사를 독자들한테 주는 거죠. 하나는 우리가 흔히 익숙한 이 문제 중심의 문제를 밝히는 그런 보도 기사, 다른 하나는 이제 더 나아가서 어떻게 이 문제가 잘 대응되고 있는지, 어디서 잘 해결 사례가 있는지, 개선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솔루션 보도입니다. 솔루션 보도에 대해서 독자들은 ‘더 읽고 어떤 새로운 영감을 받았다’, ‘같은 신문사더라도 이런 솔루션 보도를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해당 문제 해결에 내가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해당 기사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졌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일관되게 솔루션 보도에서 높게 나타났고요. 그리고 또 사람들이 페이지에 머무르는 시간 자체가 문제 중심 보도에 비해서 10~25% 높게 나타났습니다. 독자나 시청자로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면 왜 그러냐면 가령 클리블랜드에 있는 내가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클리블랜드의 노후 주택에서 납 검출이 되고 있는 건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문제죠. 가령 시애틀에서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내가 학부모라면 이미 중도 퇴학이 우리 아이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건 이미 나한테 익숙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게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 해결되고 있고 거기에 증거가 있는지, 우리가 배울 점은 뭐가 있는지 알려주는 보도를 접하게 되면 당연하게도 더 주의를 기울여서 기사를 읽고 보도를 접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사람들이 점점 더 뉴스를 보면 뭔가 짜증나고, 화나고 뉴스 헤드라인만 봐도 뭔가 꺼버리고 싶고 그리고 뉴스를 읽으면 뭔가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만 같은 기분, 이 세상이 점점 더 그냥 안 좋아지기만 하고, 망해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는 거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이제 솔루션 저널리즘이 우리 독자들의 불만과 바람 사이의 그 어떤 간극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남부에 있는 언론사 채터누가타임스프리프레스는 지역의 빈곤 문제에 대해서 ‘가난 퍼즐(The Poverty Puzzle)’이라는 솔루션 저널리즘 시각을 적용한 시리즈물 보도를 내놨는데요. 이 보도가 있고 난 후에 해당 신문사의 편집장인 앨리슨 걸버는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독자들 그리고 지역 사회의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페이지에 머무른 사람들의 시간 역시 300% 증가한 걸 볼 수 있었고요. 조앤 매클레인이라는 일선에 있던 해당 시리즈를 보도한 기자는 또 흥미로운 이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댓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흥미로운 발견 중에 하나는 댓글 창이 뭔가 건설적인 내용으로 사람들이 이제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뭔가 장이 됐다는 겁니다.

프랑스의 니스마땅은 재정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태에서 독자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안 좋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뭘 한번 해보면 좋겠습니까.” 그랬더니 흥미롭게도 독자들이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게 있다는데 그걸 한번 해봐”라고 한 거죠. 그래서 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솔루션 저널리즘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구독은 70%가 늘고, 페이지 방문은 300%, 독자들이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 400% 증가했고요.

우리가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 접근을 소개했을 때 흔히 받는 오해 중에 하나는 “그러면 문제를 파헤치고 폭로하는 보도는 필요 없다는 이야기냐”, “모든 보도를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모든 보도가 솔루션 저널리즘 보도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와 독자와 사회 구성원들이 해당 문제가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때, 더 이상 문제를 계속해서 문제라고 그리고 더 자극적이고 문제라고, 사람들한테 알리는 보도를 할 것이 아니라 거기서 나아가서 그러면 이 문제가 어디서 잘 해결되고 있는지, 어디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도에 포함시켜주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어떤 새로운 저널리즘의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를 하는 거고요. 그래서 일선에 있는 기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비교적 명확합니다. 이게 완전 새로운 어떤 게 아니라, 시각의 차이라는 거죠. 어떤 문제를 다룬다고 했을 때, 내가 어떤 보도를 할 것인가를 처음 생각을 하는 건 동일합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우리 구성원들과 우리의 잠재적인 독자들이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는 거죠. 독자들이 이미 이게 문제라는 걸 알고 있을 때, 그때 똑같은 문제 중심의 보도를 한 것보다 이 문제가 어디서 잘 해결되고 있는지를 보도에 포함시키는 해결 지향의 접근을 우리의 보도에 적용을 해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무엇이 다르고 왜 다른가 묻자.

미국 성인 남녀의 신체 활동 비율을 나타낸 지도가 있습니다. 우리 기자들한테 익숙한 방식은 이런 거죠. 어디가 가장 문제가 많은지 살펴보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뭔가 문제가 있다, “전국 최저”, “성인 건강 심각한 사태에 이르러”, 이런 게 우리한테 익숙한 방식이죠. 뭐 그것도 충분히 좋은 의미 있는 보도가 될 수 있지만 우리 모두가 그걸 하고 있을 때,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거죠. 왜냐하면 뭔가 신체 활동 비율이 엄청나게 높은 지역이 있다면 여기는 뭐가 다른가, 뭔가를 제대로 하고 있기에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인가 살펴보고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보도 역시 매우 의미 있는 보도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시계열 분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빨간색에서 주황색, 노란색이 된 지역도 있을 거고, 과연 연두색에서 보라색이 된 지역도 있습니다. 1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어떤 조치를 취했기에 성인 남녀의 신체 활동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 역시 좋은 보도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아시다시피 굳이 이런 데이터를 미국에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데이터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기존까지 우리가 “강력 범죄가 이렇게나 높다”, “끔찍하다”는 접근이었다면 어디는 낮고 바로 옆은 높고, 그 차이가 뭔지 살펴볼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시각으로 언론 보도를 구성하게 되면 던져볼 수 있는 질문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강력 범죄율이 어디서 가장 낮게 나타나는지 투표율이 어디서 가장 높은지, 가령 어떤 원격 의료가 어디서 가장 잘 작동되고 있고, 거기에 비결은 뭐였는지, 그런 새로운 무궁무진한 질문들이 나타날 수 있고요. 유사하죠.

그래서 이런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이 지금까지 없던 뭔가 새로운 걸 실험해보자는 게 아니라 이미 뉴욕타임스와 BBC, 가디언즈 같은 세계적인 언론사들 그리고 제가 방금 소개해드린 바 있는 클리블랜드플레인딜러라든지, 시애틀타임스 같은 지역의 언론사들, 캐나다의 나르왈이라든지 미국의 위치먼스로스라든지 프랑스의 메디아시떼 같은 기자 6~7명으로 구성된 영세 독립 언론사들까지 이미 도입하고 있는 개념이고요. 그리고 제가 솔루션 저널리즘을 이제 한국에서 이야기할 때 관찰한 흥미로운 것 중에 하나는 이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을 일반 시민을 그러니까 언론인 혹은 기자가 아닌 일반 독자 시민들한테 이야기를 했을 때, 이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해서 회의적이라든지, 부정적인 반응을 들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면 언론인들은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이냐, 그렇지 않고요. 이미 현장에 있는 언론인들 중에서도 이 솔루션 저널리즘의 필요와 효과에 대해서 공감하고 그걸 기사 100건 중에 단 1건, 200건 중에 단 1건이라도 이미 기사 보도에 적용하고 있는 언론인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도 기자이자 언론 연구자로서 제 역할이 뭐냐고 생각했을 때, 저는 단순히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게 필요하다, 이걸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역할이 아니라 이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것은 이미 일어날 변화이자 전환인데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고 연구하고 교육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저도 이런 더 나은 보도, 그리고 더 나은 보도로 나아가는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도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해결 지향의 접근, ‘야마’를 버리고 복잡한 내러티브를 끌어내라.

다양한 의견과 관점 담을수록 완전하고 정확한 기사… 의도적으로 다른 의견에 부딪혀라.

한국 기자들은 ‘야마’에 집착한다. ‘야마’는 ‘산(山)’이라는 뜻의 일본 말에서 유래한 언론계 속어지만 단순히 기사의 주제라는 의미를 넘어 기자의 관점이나 프레임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핵심 메시지를 강조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정확한 정의도 없고 실체도 모호하지만 ‘야마’가 명확한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보는 학습된 편견이 한국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

한겨레 기자 박창석은 2012년에 출간한 ‘야마를 벗어야 언론이 산다’에서 “‘야마’를 중심에 두는 한국 언론의 취재 보도 관행은 저널리즘의 본령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면서 “미리 정해진 ‘야마’에 맞춰 사실을 재구성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기사에 담거나, 전체 사실의 일부만을 과장해서 보여주거나, 엉뚱한 사실을 특정 사안과 관련 있는 것처럼 엮거나 하는 일은 ‘진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든 ‘야마’에는 의도가 숨어있고 ‘야마’가 선명할수록 실체가 가려진다”는 이야기다.

미디어오늘이 솔루션 저널리즘 사례를 취재하면서 만난 여러 언론인들에게 반복해서 들은 조언 가운데 하나가 “내러티브를 복잡하게 하라(Complicates the Narrative)”는 것이었다. 한국 기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결국 ‘야마’를 선명하게 드러내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해법이라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실과 의견을 취사선택하고 ‘야마’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맥락이 사라지고 실체적 진실에서 멀어질 위험도 있다.

갈등이 폭발할 때 꿰맞춘 결론은 나쁜 저널리즘.

타임(Time)과 애틀랜틱(The Atlantic) 등에서 탐사 보도 기자로 일했던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는 “거짓 단순성의 시대에 복잡성을 되살려야 한다(revive complexity in a time of false simplicity)”면서 “기자와 편집자들은 흔히 미리 결정된 결론에 맞지 않는 인용문을 잘라내거나 깔끔하고 일관된 스토리텔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갈등이 폭발하는 국면에서는 매우 나쁜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정 관념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 장소와 그 사람의 모든 이야기에 참여하지 않고는 장소나 사람과 적절하게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건의 전부를 알 수 없고 우리가 잘못 판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 다르게 보고 더 깊게 듣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리플리는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담을수록 좀 더 완전하고 정확한 기사가 된다”면서 “사람들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맞닥뜨릴 때 호기심을 갖고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호기심을 갖는 만큼 독자들도 사건의 이면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서 제안하는 ‘복잡하게 쓰기’의 네 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르게 듣는 방법이 필요하다. 아만다 리플리는 ‘루핑(looping)’이라는 질문 방법을 제안했다.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인터뷰이(interviewee)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왜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됐는지 질문을 던지면서 좀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인터뷰이가 ‘절대’나 ‘항상’ 같은 단어를 쓰거나 머뭇거리고 답변을 꺼린다면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을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핵심이다. 인터뷰이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요약하고 확인을 부탁하면서 반응을 관찰하는 것도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모순을 파고 들면서 본질을 파악한다. “이 이슈에서 제대로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 “좀 더 말해주세요”라고 말하고 귀 기울여 듣는다.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시죠?” 인터뷰이의 말을 요약해서 확인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확실하게 만들고 신뢰를 확보한다. 중요한 것은 동의가 아니라 이해다.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라고 물으면서 거듭 확인을 하는 게 좋다.

셋째, 복잡한 내러티브를 끌어들여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숨은 맥락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서로의 확증 편향을 깨야 한다. 인터뷰 상대방에게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반대되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어 역시 스스로의 편견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다른 이야기에 스스로를 노출할 필요가 있다.

‘복잡하게 쓰기’의 핵심은 잘 듣기.

캐나다의 인터넷 신문 나르왈(The Narwhal)의 에디터 샤론 라일리(Sharon Riley)는 폐쇄 직전의 탄광 노동자들을 만난 경험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당초 목적은 정부의 이주 대책에 대한 반발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보니 사안이 훨씬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내러티브 전략에서 중요한 건 우리의 가정과 추론을 체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때 당연히 여기에는 직장을 잃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기후 변화에 관심이 없거나 냉소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편견이었죠. 이야기를 해보고는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은 비건(베지테리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걸 오히려 즐거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오랫동안 탄광에 묶여있다고 생각했고 화석 연료가 우리 모두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깊게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직장을 잃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완고한 입장인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기후 변화는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는 나의 내러티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가 만든 나의 편견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질문하는 걸 시작할 수는 있다고 말이죠. 만약 내러티브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면 미리 리서치를 해보세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해보세요. 그게 여러분의 취재를 더 깊이 있게 만들고 대화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샤론 라일리는 탄광 노동자들이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보수주의자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만나 보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단계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캐나다의 경우 석탄이 전력 생산의 9% 미만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탄광이 문을 닫으면 다른 탄광으로 옮겨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화력 발전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그나마 잘 돌아가는 탄광들도 철수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라일리가 찾은 와바문(Wabamun)의 경우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석탄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세수의 58%를 석탄 산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캐나다 정부가 석탄 공장을 폐쇄하는 대가로 14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을 공장에 지급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노동자들의 불만이었다.

나르왈이 만난 탄광 노동자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 석탄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기업들에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에 왜 화력 발전의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가장 깨끗한 화력 발전소라고 알려진 와바문의 한 발전소는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수은의 60%를 회수하기 때문에 온실 가스 배출량이 재생 에너지 발전소 보다 낮다고 한다.

물론 나르왈의 기사가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소 대신 화력 발전소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계적으로 화력 발전을 폐지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의미 심장하다. 많은 나라들이 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회적 타협의 지점을 찾고 있다. 재생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들의 재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단계적 해법 가운데 하나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이규원 연구원은 지난해 출간한 ‘솔루션 저널리즘’에서 나르왈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기사에 나타난 한 개인의 이 같은 입체성은 독자들이 문제를 해석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이 불가해한 존재가 아니라 나름의 합리성과 선한 의도를 지닌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처럼 갈등 상황과 이에 얽힌 이해 당사자들을 흑백 논리와 몇몇 짧은 단어로 규정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면 언론 보도가 사회적 갈등과 집단의 상호 불신을 지속적으로 부추기는 매개로 되풀이되는 과정을 끊어낼 수 있다.”

나르왈의 편집장 엠마 길크리스트(Emma Gilchrist)는 “기자들은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판단을 내린 상태에서 현장에 접근하거나 정해진 결론에 부합하는 사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유형의 저널리즘은 오히려 정치적 선동과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길크리스트는 “내러티브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건 복잡한 사안을 하나로 묶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속도를 늦추고 덜 반응하고 더 많이 듣고 더 나은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출신의 독립 저널리스트 프리앙카 샨카(Priyanka Shankar)는 “아만다 라일리의 ‘복잡하게 쓰기’ 강의가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샨카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한창일 때 벨기에에서 이 이슈를 다루면서 실험적으로 복잡한 내러티브의 기사를 썼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잠재적인 동기를 알아낼 때까지 계속 물어보는 겁니다.” 벨기에 사람들과 콩고 출신 벨기에 이주 노동자들을 교차 인터뷰하면서 인식의 간극과 구조적 차별을 드러내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샨카는 “‘루핑’은 취재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매우 유용하다”면서 “이제는 친구들과도 ‘루핑’을 한다”고 말했다.

갈등은 원래 복잡한 것, 단순하게 규정하려는 욕심을 버려라.

‘복잡하게 쓰기’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아만다 리플리는 “우리가 문제를 파고 든다고 할 때 그것은 본질적으로 갈등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누군가의 동기와 관심, 신념, 가치관을 이해해야 갈등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런 정보를 끌어내려면 좋은 질문과 잘 듣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리플리는 “‘루핑’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실습을 해보면 첫째, 결코 어렵지 않고, 둘째,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리플리는 “이제는 인터뷰 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있을 때나 남편과 이야기할 때나 심지어 우버 기사나 길거리에서 소리치는 아무에게나 ‘루핑’으로 대화를 건네게 됐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갈등이 격화될수록 많은 중요한 이슈들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소비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뉴스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기 쉬운데 격렬한 갈등 상황에서 매우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극단적인 갈등 국면에서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프레스디모크라트(Santa Rosa Press Democrat)의 기자 존 다나(John D’Anna)는 “갈등은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때때로 갈등이 긴장으로 이어진다”면서 “갈등이 만드는 긴장감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독자들을 다시 불러 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갈등의 구조를 외면하지 않고 ‘복잡하게’ 접근하는 게 오히려 문제 해결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국 BBC에서 ‘분열을 넘어(Crossing Devides)’ 시리즈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에밀리 카스리엘(Emily Kasriel)은 BBC에 솔루션 저널리즘을 소개하고 직접 솔루션 프로젝트를 실험하다가 ‘딥 리스닝(Deep Listening, 깊게 듣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 카스리엘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귀 기울여 듣는다고 생각하면 경계를 풀고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면서 “우리가 모든 문제에 서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아만다 리플리가 제안한 ‘복잡하게 쓰기’를 위해 필요한 여섯 단계의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사안이 지나치게 단순하지 않은가 스스로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갈등 이슈를 다루는데 충돌하는 주장이 두 가지 밖에 없다면 취재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쟁점은 없는 것일까.

2단계, 헤드라인과 리드에 두 가지 이상의 관점을 담는 게 좋다. 적어도 사안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복잡한 헤드라인은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도 효과적이다.

3단계, 인터뷰할 사람들 목록을 살펴 보면서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검토해야 한다. 유명한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대되는 목소리를 충분히 담고 있는가?

4단계, 취재에 앞서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충분히 살펴보는 게 좋다. 다양한 접근과 해법을 검토하면 누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지 누구에게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지 좀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5단계, 줌 아웃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간 축으로 확장하거나 공간 축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과거 사례와 문제의 원인을 추적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고 기사에 충분히 반영하는 게 좋다.

6단계, 취재를 마무리 하기 전에 2단계에서 작성한 헤드라인과 리드를 다시 읽어보자. 선입견 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여러 의견에 접근했나? 혹시 내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예단하고 접근했던 건 아닐까?

아만다 리플리에 따르면 ‘복잡하게 쓰기’ 워크숍에 참여한 기자들은 처음에 인터뷰 훈련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그렇게 강요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리플리는 “잘 듣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르고 우리가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혼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리플리는 ‘복잡하게 쓰기’가 저널리즘의 신뢰 위기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언론이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는 태도를 벗어나 다른 의견을 반영하고 숨겨져 있던 쟁점을 드러내고 풍성한 맥락을 제공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떠났던 독자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복잡한 내러티브를 위한 22가지 질문.

‘복잡하게 쓰기’의 핵심은 좋은 질문이고 좋은 질문은 ‘루핑(looping)’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기자가 듣고 싶은 답변을 끌어내는 게 아니라 기자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끌어내기 위한 인터뷰 방법론이다. 인터뷰이와 신뢰 관계를 구축되고 관점 뒤에 숨은 동기를 이해하고 문제의 복잡한 층위를 밝혀내면서 해법에 접근하는 과정이다.

‘루핑’은 첫째, 인터뷰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둘째, 이해한 것을 요약해서 전달하고, 셋째, 인터뷰이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넷째, 틀린 부분을 수정하고 빠뜨린 부분을 다시 질문하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이 네 단계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프리앙카 샨카는 ‘루핑’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알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 볼까요? 서로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정보를 늘려가겠죠. 아마 당신이 ‘나는 의사에요, 그리고 내 일을 정말 사랑해요’라고 하면 내가 그걸 받아서 ‘오케이, 당신은 그 일을 왜 그렇게 좋아하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말해줄래요?’ 하겠죠. 의사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 그 말을 요약해서 내 언어로 정리를 합니다. ‘아하, 그러니까 당신은 사람을 도와주고 생명을 살리는 것을 좋아해서 당신 직업을 사랑한다는 거군요. 맞죠?’ 그러면 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의사 선생님이 말하겠죠.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거에요. ‘나는 당신이 날마다 수많은 생명을 살린다고 확신하지만 굉장히 정신없이 바쁠 텐데 여유가 없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이런 질문을 반복하면서 내가 너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 정확히 이해했고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중간중간 팩트 체크하듯 확인을 해가면서 말이죠. 질문을 주고 받을수록 심층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다음은 아만다 리플리가 뽑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위한 22가지 질문’이다. 한국 상황에 맞게 의역했다. 리플리는 “이 리스트는 인터뷰 중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유용하다”면서 “이 질문 리스트를 뽑아들고 종이에 있는 것 가운데 하나를 자주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그 부분을 자세히 말해주세요” 질문이 효과가 좋다고 한다.

모순을 증폭시키고 렌즈를 확대하기 위한 질문.

1. 우리가 서로 생각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2. 어떤 정보가 믿을만한지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3. 쟁점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4. 지금 가장 괴로운 게 뭔가요?
5. 상대방의 주장 가운데 그래도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인터뷰이의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되는 질문.

6. 이게 당신에게 왜 중요한가요?
7.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8. 당신에 대해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9. 반대 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부분이 뭔가요?
10. 이런 충돌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11. 만약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입장에 동의한다면 당신의 삶이 달라질까요?
12. 만약 사람들이 당신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 많이 듣고 더 잘 듣기 위한 질문.

13. 아, 방금 이야기한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14. 그래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그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15. 그런 감정이 어디에서 온 걸까요?
16. 잠깐 끼어들어도 되나요?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17. 지금까지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이 있나요?

다른 생각에 노출시키고 확증 편향을 벗어나도록 돕는 질문.

18. 상대 편에서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 같으세요?
19. 상대 편에서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일까요?
20. 상대 편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말씀해 주세요.
21. 사람들이 ○○○라고 이야기하던데,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궁금합니다.
22. 그동안의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있었나요?

“솔루션 저널리즘을 결합하면 이야기가 훨씬 더 풍성해진다.”

[인터뷰] 태미 코 로빈슨 한양대학교 교수, “소셜 미디어 세대에게 전통적인 저널리즘 문법으론 한계.”

태미 코 로빈슨(Tammy Ko Robinson)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다. 영화 제작과 미디어 연구를 전공했고 시카고에서 미디어 활동가와 영화 제작자로 활동했다. 시카고예술대학(SAIC)과 샌프란시스코아트인스티튜트(SFAI)에서 시각문화연구(Visual Studies)와 문화 산업(Culture Industry/Media Matters) 등을 전공했다. 2019년 한국으로 돌아와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응용미술교육과에서 미디어 아트를 가르치고 있다. 과거 한겨레 영문판의 부편집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로빈슨 교수는 수업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소개하고 학생들에게 사회적 참여 저널리즘(socially engaged reporting)의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6월2일 로빈슨 교수와 인터뷰 전문이다.

– 사범대학 교수인데 수업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가르친다. 어떤 배경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원래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와 미디어 활동가로 시작했다. 미국에서 나는 유색 인종이면서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사회 정의(social justice)와 미디어 정의(media justice), 디자인 정의(design justice)가 모두 하나로 수렴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지만.”

–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워크샵에 참가했다고 들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를 교육하기 위한 워크샵이었는데 참가자 거의 모두가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교수들이었다. 사례 중심으로 교육을 받았는데 이게 왜 새로운 것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 결국 탐사 저널리즘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동안 해왔던 것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정 중심의 보도라는 문제 의식을 교수들도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정말 흥미롭게 여겼던 것은 저널리즘의 사업적 상황에 관한 것이었고 청년 세대가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소셜 미디어와 함께 자란 세대에게 전통적인 저널리즘 문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 간극을 솔루션 저널리즘이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이주 노동자 연구를 오래 해왔는데 이런 연구와 솔루션 저널리즘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보나.
“내 관심은 모바일과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인데 이 부분이 좀 아쉬웠다. 그래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이규원 연구원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고 이 연구원과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2019년부터 오스트레일리아와 대만, 태국 등의 연구자들과 함께 이주 노동자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종의 사회적 지도(social map)을 만드는 게 내가 맡은 역할이다. 농업과 관광, 어업, 노인 복지 등 여러 섹터에서 발생하는 이주 노동자를 다루는 연구자나 인권 단체 등은 많은데 자신이 연구하는 섹터에 대해서만 알지 다른 섹터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주 노동 시스템은 나라마다 섹터가 다르기도 하다. 이를 테면 똑같은 사람이 미국으로 이주하면 농업으로 가지만 한국에서는 관광으로 가고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노인 복지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모형을 만들어서 추적을 하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프로젝트에는 정책을 다루거나 연구를 하는 멤버들도 있고 공동체 기반 단체 소속의 멤버들도 있다. 저널리즘 스쿨 사람들도 있어서 나중에 함께 탐사 보도도 할 계획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저널리즘 트레이닝도 시키고 싶은 게 나의 생각이다. 이주 노동을 주제로 솔루션 저널리즘 콘테스트도 하려고 한다. 특히 이주 노동에 대한 연구가 서아프리카는 꽤 잘 되어 있는데 동남아시아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를 테면 한국 학생들이 한국의 어업 섹터에서의 이주노동에 대해 취재하고 태국의 학생들이 태국의 어업 섹터를 취재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소스를 공유하고 데이터 시각화나 멀티 미디어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결합하면 이야기가 훨씬 더 풍성해진다.”

– 한국에서도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이 교과로 채택될 수 있을까. 수업 사례를 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좋겠다.
“한양대학교에서의 내 경험은 조금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내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이 미디어나 커뮤니케이션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수업 시간에 프로퍼블리카의 ‘잃어버린 엄마(Lost Mothers)’에 참여했던 패트릭을 초대했을 때 학생들 반응이 정말 좋았다. 미국이 산모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프로퍼블리카 기자들은 독자들에게 출산 도중 사망한 여성의 사례를 알려달라고 했고 134여 건의 사례를 취합했다. 1년 동안 미국에서 죽는 산모가 700~900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6분의 1 정도를 실제로 확인한 셈이다. 그 결과 인종과 소득 수준에 따라 산모의 건강에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실제로 일부 위험 신호에 대한 치료 개선 등 정책 변화로 이어졌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사례는 BBC의 인터랙티브 기사를 이야기할 때였다. 국적과 나이를 입력하면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을 계산해 주고 다른 나라들과 차이를 보여준다.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토론 주제를 던져줬다. 인터랙티브하거나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일 필요는 없다. 요즘에는 AI와 뉴스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는 사람들도 많다. 만약 AI와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수업이 있다면 우리 학생들이 매우 좋아할 것 같다. 솔루션 저널리즘과 집단지성 이론을 함께 배우거나 교육 이론, 시민참여(citizen power), 그리고 예술, 디자인 등에 접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일반적인 뉴스 조직이나 프로페셔널 저널리스트에게는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겠지만 시민 사회 영역에서도 새로운 참여와 사회 혁신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한국에서는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개념이 잘못 오해되고 있기도 하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해결사(problem solver) 저널리즘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워크숍에서 배운 건 단순히 좋은 기사와 문제 해결 과정에 집중하는 기사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완벽한 해법은 있을 수 없다. 한쪽에서는 해법인 게 다른 쪽에서는 해법이 아닐 수도 있고 부분적인 해법일 수도 있다. 저널리스트들은 솔루션 저널리즘의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입양아 문제를 연구하면서 솔루션 저널리즘과 액티비즘을 결합한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진행했기 때문에 해결 지향 스토리텔링을 실제로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해관계 충돌, 맥락과 과정을 드러내라.”

[인터뷰] 알프레도 카사레스 스페인 인스티튜토콘스트럭티보 설립자, “솔루션 저널리즘은 탐사 보도의 연장이고 확장.”

덴마크에서 시작한 컨스트럭티브(건설적인) 저널리즘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솔루션 저널리즘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인스티튜토콘스트럭티보(Instituto de Periodismo Constructivo)는 스페인에서 언론인들에게 솔루션 저널리즘을 교육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설립자인 알프레도 카사레스(Alfredo Casares)는 마이애미헤럴드와 디아리오나바라(Diario de Navarra) 등에서 탐사 보도 기자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솔루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실험에 뛰어들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6월29일 알프레도 카사레스를 만났다.

– 스페인에서의 솔루션 저널리즘 실험은 어떤가. 간단히 소개해 달라.
“먼저 미디어오늘의 글로벌 인터뷰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 내 생각에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무브먼트다. 우리는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우리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을 스페인에 소개하고 언론인들을 교육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지난해 1월 설립했고 여전히 도전과 실험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설립 이후 2년 동안 300명 정도의 저널리스트들을 교육했고 주요 대학의 저널리즘 관련 학과 학생들 450여 명을 교육했다. 주요 언론사들이 솔루션 저널리즘을 도입하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가장 큰 성과는 스페인에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는 거다. 적어도 스페인의 많은 언론인들이 솔루션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고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 인스티튜토콘스트럭티보는 수익 모델이 있나.
“우리는 비영리 조직이고 수익의 60% 정도는 국제 조직의 도움을 받았다. 다른 언론사들의 지원도 있었고 컨설팅과 워크숍 운영으로 매출을 만들기도 했다. 유일하게 풀 타임 직원은 나 혼자고 10여 명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이 함께 하고 있다.”

–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펠로우십 지원으로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지원 금액이 그리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거의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솔루션 저널리즘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조직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혁신 기업가들을 지원하는 아쇼카 스페인에도 연락했다. 아쇼카는 조건이 까다롭고 의미 있는 성과를 요구했다. 도대체 당신들이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당장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조직의 내러티브를 만들고 확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조직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됐다. 중요한 건 속도를 만드는 거다. 우리가 모든 언론인들을 설득할 수는 없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컸다. 다행히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는 저널리스트들을 만나게 됐고 이 사람들과 함께 워크숍 프로그램을 실험할 수 있었다.”

– 두 가지 개념을 섞어서 쓰고 있는데 솔루션 저널리즘과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의 차이는 뭔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근본적인 차이는 솔루션 저널리즘은 2012년 무렵 미국에서 출발했고 굉장히 실용적인 아이디어라는 거다. 5가지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데 이걸 따르면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2015년에 유럽에서 출발한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은 긍정의 심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포괄하면서 시민의 참여와 사회적 토론을 이끄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미국에서도 솔루션 저널리즘의 개념이 좀 더 넓어지면서 지금은 동의어처럼 쓰이는 것 같다. 두 가지 방향이 있는데 하나는 복잡한 내러티브를 끌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문제는 복잡한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비롯한다. 문제 해결의 과정에 다양한 맥락을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접근은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엄격하다고 생각하는 기자들도 많다. 이건 솔루션 저널리즘이고, 이건 솔루션 저널리즘이 아니고, 이런 구분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까다로운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가이드라인이 진입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탐사 저널리즘과 솔루션 저널리즘을 비교하면 우리가 권력을 감시하고 부패와 비리를 폭로할 때 철저하게 사실 확인과 검증, 반론 등의 절차를 요구한다. 기자들은 문제를 엄격하게 다루는데 익숙하다. 솔루션 저널리즘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이야기할 때나 문제에 대한 대응을 이야기할 때나 엄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제 해결의 과정을 추적하는 탐사 저널리즘이라고 설명하면 좀 더 이해가 빠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솔루션 저널리즘의 형식적 요건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문제 해결의 과정에 집중하되, 근거와 한계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거다. 마법 같은 해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실패에서도 배울 게 있고 그런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게 솔루션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이다. 흔히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가 너무 길고 취재에 시간이 많이 드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좀 더 유연한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좀 더 짧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기자들에게도 그렇게 제안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입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시리즈 기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모든 기사에 솔루션 저널리즘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 한국의 경우 솔루션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사례가 많지 않아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도 처음에 그 부분이 어려웠다. 미국이나 덴마크의 기사를 옮겨다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우리는 그래서 기자들에게 직접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를 써보게 했다. 같은 기사에 해결 지향의 관점을 담는 것만으로도 기사의 임팩트가 달라진다는 걸 체험해 보게 하기 위해서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솔루션 트래커에는 수천 건의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가 올라와 있는데 여기도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다. 확장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에 이르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사실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작은 해법이라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근거와 한계를 언급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런 요건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과 다르지 않다.”

– 한국에서는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저널리스트가 이런 것까지 해야 돼? 언론의 사명은 진실을 보도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것 아닌가? 문제를 드러내는 게 언론의 역할이고 문제의 해결은 정치의 영역 아닌가? 이런 반응이 많았다.
“우리도 같은 질문을 맞닥뜨리고 있다. 기자들이 그동안 하던 방식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냉소를 극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게 가능하겠어? 라고 묻는 언론인들이 많다. 당장 뭔가 더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기사를 찾게 된다. 그래야 많이 읽고 온라인 광고 효율도 좋아진다. 기자들도 관행적으로 잘 읽히는 기사를 쓰게 되고 에디터들도 그런 기사를 쓰라고 하게 된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단순히 좋은 이야기와 구분해야 한다는 건 솔루션 저널리즘의 문제 의식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다. 데이빗 본스타인이 경고한 것처럼 당장 누군가를 돕기 위해 집단 청원을 한다거나 후원금을 받아서 전달한다거나 하는 걸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런 접근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고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게 솔루션 저널리즘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기자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접근 방식을 바꾸고 인터뷰 대상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워크숍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설명하면서 무엇이 솔루션 저널리즘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 기사를 쓸 때까지 구체적으로 기획과 스토리텔링을 함께 고민하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누구를 찾아가 만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무슨 질문을 먼저 꺼낼 것인지, 어떤 질문을 더 던질 것인지,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할 것인지, 이런 차이가 중요하다.”

–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서는 ‘솔루션 사기꾼(imposter)’를 경계하라고도 한다. 많은 기자들이 ‘내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하고 싶은 욕망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기자들이 존경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해결 과정을 추적하기 보다는 해법을 찾겠다고 나서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부분을 기자들에게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의견이 있나.
“기자들을 교육할 때 실제로 부딪히는 고민이다. 문제 해결에 이르는 과정을 보도하는 것과 기자들이 해법을 내놓는 것은 전혀 다른데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들이 해법을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 하는 일은 문제에 맞서는 과정에서 어떤 실험과 시도, 실패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이다. 기자들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테면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미성년자 임신이 50%가 줄고 미성년자 낙태가 60%가 줄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무슨 변화가 있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여기에서 우리가 어떤 아이디어를 얻고 또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는 거다.”

– 당신 이야기를 해 달라. 저널리즘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게 된 동기가 있나.
“기자 생활을 하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건 다른 많은 기자들과 비슷할 것 같다. 권력을 감시하고 부패를 추적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고발하고 등등. 나는 오랫동안 탐사 보도 기자로 일했다. 그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게 저널리즘이라기 보다는 사회 운동이나 시민 활동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서 트레이너 교육을 받고 아큐멘(Acumen)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난 뒤 솔루션 저널리즘이 새로운 도전이고 사회적 임팩트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문제를 드러내고 책임자들을 고발하는 것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여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다른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그게 우리가 보도해야 하는 또 다른 반쪽이라고 생각한다.“

– 학생들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던데 당신들이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무엇인가. 기자들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가.
“기자들을 교육할 때는 솔루션 스토리텔링의 효과를 비교하면서 시작한다. 같은 기사라도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기사의 메시지가 달라지게 된다. 기사 작성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는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가르친다. 둘을 비교하면 기자들을 교육하는 게 훨씬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동안의 관행과 습관을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페인의 한 대학교와 12학점짜리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제안서를 만들고 있는데 400시간 분량의 교육과 실습이 병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 기자들이 잘 안 바뀔 텐데, 경영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결국 그동안 하던 뭔가를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문제다.
“저항이 적은 사람부터 시작하면 된다. 솔루션 저널리즘에 관심이 있고 의욕이 넘치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좋다. 워크숍을 해달라는 요청도 많은데 워크숍만으로는 안 된다. 고개를 끄덕끄덕하지만 지나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언론사 조직의 문화와 우선 순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것과 뭐가 다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어떤 변화가 가능하다고 계속해서 설득해야 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건 솔루션 저널리즘이 독자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더 많은 수익 기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거다. 의지를 갖고 변화를 실험해야 한다.”

– 다음 계획은 뭔가. 레거시 언론사들을 바꾸는 것인가, 아니면 젊고 혁신적인 저널리스트들을 만드는 것인가.
“일단은 조직을 재단으로 바꾸는 것이다. 후원 기반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였고 훨씬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보여주려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발행해야 한다. 레거시 언론사들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일도 계속하겠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건 젊은 언론인들을 키우는 것이다.”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 실험, 뉴스룸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상중계]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 컨퍼런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다음은 6월22일 독일 본에서 열린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왜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이 편집 전략에 적용돼야 하는가(Why constructive journalism is being adopted by journalism leaders as an editorial strategy)”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을 정리한 것이다. 덴마크 함부르크미디어스쿨에서 저널리즘 혁신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알렉산드라 보르하르트(Alexandra Borchardt)이 모더레이터를 맡고 조지아공영방송(Georgian Public Broadcaster)의 사장 티나틴 브레젠시빌리(Tinatin Bredzenishvili)과 도이체벨레(DW)의 아시아 부문장 데바라티 구하(Debarati Guha), 더타임스의 편집국장 제레미 그리핀(Jeremy Griffin), 덴마크의 TV2FYN의 최고경영자 에스벤 시럽(Esben Seerup)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알렉산드라 보르하르트 :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이 편집 전략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덴마크부터 시작할까요?

에스벤 시럽 : 저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전략을 시행하려고하면 여러분들과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즉각적으로 두 가지 질문을 하게 될 것입니다. 첫째, 이 변화는 나에게 더 많은 일거리가 생기게 되는 것일까. 둘째, 이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내가 보는 손해 또는 나의 명성의 변화가 있을까 하는 것이죠. 4년 전에 우리는 한 가지 결정을 했습니다. 최고 경영자인 저는 다른 경영진과 함께 어떻게 하면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을 모든 프로세스에 도입할 수 있을까 의논했죠. 컨스트럭티브 뉴스 하우스를 만드는 데 3년 정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와서 돌아 보니 이게 모두 과정이지 끝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과정을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덴마크에 있는 지상파 방송국이고 하루 네 번 뉴스를 전달합니다. 우리는 온라인에 훨씬 더 많은 독자들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 꼽히기도 했고요. 컨스트럭티브 프로세스를 도입하면서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건 저널리즘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날마다 기자와 에디터, 데스크들이 회의를 하죠. 우리는 이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토론합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전달하는 게 맞는 것일까, 이 이야기를 방송에 내도 될까, 등등 말이죠. 우리는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집을 짓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죠. 그리고 아직도 짓고 있는 중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컨스트럭티브한 언론사는 아니라도 적어도 덴마크에서는 가장 컨스트럭티브한 미디어 하우스가 되자, 그래서 그해 가을에 74명의 뉴스룸 스탭들이 모여서 11개 팀으로 나뉘어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1주일 동안 우리가 생각하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의 정의가 무엇인지 이야기했죠. 컨스트럭티브 에디터라는 직책도 만들었습니다. 11개의 팀이 서로 소통하는 역할을 맡았죠.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컨스트럭티브 조직으로 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기자들도 많았지만 조금씩 오해가 풀렸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끝낼 무렵,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했는데 그래서 우리가 배운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이 집의 지붕을 올렸습니다.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지역 선거가 있을 때는 10개의 구역을 나눠 10개의 토론 이벤트를 주최했습니다. 지금은 또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판적인 동시에 컨스트럭티브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을 찾아야합니다.

보르하르트 : 티나틴은 처음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컨스트럭티브인스티튜트의 제안이 계기가 됐나요. 아니면 기존의 생산 방식이 지긋지긋해졌나요. 아니면 독자들이 떠나기 때문이었나요.

티나틴 브레젠시빌리 : 일단 몇 차례 단일 프로젝트의 결과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고 뜨거웠습니다. 출발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7년에 컨스트럭티브인스티튜트가 출범하면서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었고요. 확실히 언론과 독자의 연결이 끊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뉴스룸의 변화는 더디고 어렵죠. 어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까 늘 고민했습니다. 물론 울리크 하게룹(Urlik Haagerup)의 책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조직 문화를 바꾸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사람들을 모았고 TV와 라디오, 온라인의 벽을 허물고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모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기자와 PD들은 행복해 했지만 수많은 질문이 생겨났죠. 컨스트럭티브 뉴스를 시작하게 된 건 이런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영진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하고 지원해줬습니다. 우리 동료들은 울리크의 강의를 듣자마자 매료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널리즘이라고 저에게 메시지를 보낸 동료도 있었습니다. 많은 동료들이 영감을 받았고 다른 동료들에게 이를 전파했습니다. 9월부터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주 1회 컨스트럭티브 뉴스를 내보낼 것이고 더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기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지만 지금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기존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르하르트 : 영국도 뉴스 회피 현상이 심각하죠. 이 부분을 이야기해 볼까요. 컨스트럭티브한 전략이 효과적었는지 궁금합니다.

제레미 그리핀 : 몇 년 전 울리크가 우리를 만나러 왔을 때가 기회였습니다. 팬데믹 직전이었죠. 우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숨 쉴 틈도 없이 바빴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제가 이렇게 장담하는 건 우리 모두가 끝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뉴스와 뒤따르는 사건들에 치이고 있기 때문이죠.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리포트에서 드러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회피합니다. 브렉시트 국민 투표 이후 더 심해졌고요. 흥미로운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00명 정도의 영국 거주 무슬림에 대한 설문 조사가 발표된 적 있습니다. 영국에서의 그들의 삶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여전히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좋아진다는 거죠. 그런데 마침 같은 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예언자 무하마드의 딸을 다룬 ‘천국의 여인(Lady of heaven)’이라는 영화였는데 이 영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영화관에서 상영을 취소했습니다. 가장 큰 멀티 플랙스인 씨네플렉스도 모든 일정을 취소해 버렸죠. 이 두 사건이 모두 같은 날에 일어났는데 흥미로운 건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 두 사건을 다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국에 있는 무슬림에 대한 설문 조사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반 이슬람 정서를 크게 다뤘죠. 여러분은 우리가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데 다른 기준을 다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논쟁을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왜 두 이야기를 다 다룰 수 있는데 다루지 않는지에 대한 아쉬움을 갖게 됐습니다. 좀 더 컨스트럭티브하게 다룰 수 없을까. 우리는 젊은 무슬림 기자 한 명에게 추가 취재를 맡겼습니다. 실제로 기사가 나간 뒤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보다 훨씬 더 많이 읽고 반응도 좋았죠.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중요한 건 구독자들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독 기반의 뉴스 기업에게는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저널리스트로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 구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중앙 난방이 친환경적이라는 기사가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킨 적 있는데요. 영국 전역에서 토론이 벌어졌고 가스 보일러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고요. 사실 이런 기사는 아주 기본적인 부분을 건드렸을 뿐입니다. 우리는 이런 기사를 더 많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열독률이 높은 기사가 뭔가 조사한 적이 있는데 우리 과학 에디터가 쓴 기사였습니다. 팬데믹의 원인과 해법을 이야기한 기사였죠. 전체적으로 냉소적이기도 하고 비판적인 부분도 있지만 컨스트럭티브한 기사였죠. 이런 기사를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우리 기자 가운데 컨스트럭티브인스티튜트에서 인턴 생활을 한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를 에디터로 키울 계획입니다. 우리 경험으로는 컨스트럭티브한 접근은 열독률을 끌어올리고 구독 확대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널리즘 차원에서도 좋은 기사지만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죠.

보르하르트 : 구독 모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죠. 실제로 뉴스에 돈을 내는 사람은 많아 봐야 9% 수준입니다. 영국은 특히 BBC나 가디언 같은 공영 언론 모델이 있어서 유료 구독이 더 어렵기도 하고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을 지향하겠다고 선언한 뒤에 구독자 수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핀 : 우리는 유료 구독자가 65만 명 정도 됩니다. 최근 2년 사이 15만 명이 늘어난 규모입니다. 지금도 계속 늘고 있죠. 목표는 100만 명입니다.

보르하르트 : 컨스트럭티브한 기사가 더 잘 읽힌다고 볼 만한 근거가 있나요?

그리핀 : 우리는 열독률 지표를 관리하는 독자 분석 팀이 있습니다. 우리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이 특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반적인 프로세스로 자리잡기를 원합니다. 컨스트럭티브한 기사가 훨씬 더 많이 읽히고 구독으로 연결되는 비율도 훨씬 높습니다. 구독 연장 비율도 높고요.

보르하르트 : 도이체벨레는 어떤가요? 젊은 사람들이 컨스트럭티브한 뉴스를 더 좋아한다는 분석도 있었는데 그렇게 본다는 건가요. 실제로 근거가 있는 분석인가요?

데바라티 구하 : 확실히 지표로 나타납니다. 기후 변화 이슈는 젊은 여성 독자들의 열독률이 높습니다. 이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살펴보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보르하르트 : 다행입니다. 제가 자라던 시대에는 여성이 핵심 독자가 아니었죠. 그래서 저는 남성의 시각으로 저널리즘을 다뤘던 것 같습니다. 도이체벨레에서 실험하고 있는 컨스트럭티브 포맷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구하 : 저는 아시아인으로 도이체벨레의 아시아 디렉터를 맡은 첫 사례입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인데 많은 사람들이 50년 안에 방글라데시가 물에 가라앉을 거라고 믿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우리는 기사로 쓰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죠. 우리는 단지 기후 변화가 어떻다 오존층이 어떻다 이런 기사를 쓰는데 독자들은 그런가 보다 하게 되죠. 복잡하고 심각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죠. 이게 우리가 컨스트럭티브한 기사를 고민하게 된 계기입니다. 하지만 해결 지향의 보도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도이체벨레는 전 세계에 32개 언어로 뉴스를 송출하고 있죠. 경영진은 뉴스에 집중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변화의 계기가 됐습니다. 독자들이 뉴스에서 멀어지고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포맷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거죠. 사실 우리가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험한 건 6~7년 전입니다. ‘에코 인디아(Eco India)’라는 프로그램이 반응이 좋았습니다. 인도에서 출발했지만 인도와 유럽이 마주하고 있는 기후 변화 이슈와 몇 가지 해법을 제안했습니다. 사람들을 겁주고 공포에 빠져들게 하는 보도 말고 실제로 뭔가 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보도를 고민했습니다.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은 적당히 밝고 따뜻한 이야기가 아니라 희망을 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코 인디아는 힌두어와 영어, 뱅골어, 타밀어 등 네 가지 언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해법을 던지는 게 아니라 함께 해법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플라스틱을 주워다 전등을 만들었죠. 캄보디아에는 아직도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지역이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여전히 많은 아이디어를 줍니다.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기사죠.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을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이슈로 넓힐 수 있을까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포맷을 실험했고요. 이를 테면 이런 건데요. 42명의 자녀를 둔 남자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사람의 아이들이 아니라 HIV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입양해서 보살피고 있는 거죠. 젠더 평등에 대한 이야기도 다뤘습니다. 라틴아메리카계 전문가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반대했죠. 아시아 사람들이 왜 라틴계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생각했죠. 그래서 방글라데시에 대한 이야기면 방글라데시나 인도에서 전문가를 찾고 파키스탄의 문제면 파키스탄이나 최소한 같은 언어로 소통이 되는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도 다뤘습니다. 인도에서는 금기어자 마찬가지였죠. 인도에 있는 그 누구도 세 번째 젠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도에서 모더레이터를 섭외해서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설명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보는 오리엔털리즘이 아니라 아, 이 사람이 우리를 충분히 알고 말하는구나, 민감한 부분이 어디인지 아는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죠. 고질적인 카스트의 문제도 컨스터럭티브 포맷으로 다뤘습니다. 엄청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동영상 구매 문의도 많았고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방송을 보게 됐고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음식 쓰레기를 다룬 기사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리포트는 단순히 어느 정도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가를 다룰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안하는 형식입니다. 기자가 직접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줍니다. 누군가가 이 리포트를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그게 바로 컨스트럭티브한 거죠. 제가 생각하기에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실제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좀 더 적극적인 저널리즘 문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르하르트 : 여러 나라를 커버하고 있잖아요. 아시아는 문화가 정말 다양한데 한 지역에서 만든 컨스트럭티브한 포맷이 다른 나라에서도 효과적인가요?

구하 : 저는 이란부터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넓은 영역을 맡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 대륙에 있는 구독자가 읽고 싶은 것이 파키스탄이나 인도 또는 방글라데시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과 공통점이 거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지 자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쓰는 마스터 포맷이 있습니다. 일러스트를 이용해 언어의 차이를 좁혀 나가는 거죠. 지역의 차이를 고려해 단순 번역이 아니라 전달 방식도 바꿔야 합니다. 지역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포맷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물론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죠.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실험을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3개월은 해보고 그 뒤에도 어렵다면 그때 그만둬도 된다고요.

보르하르트 : 질문이 있습니다. 컨스트럭티브 뉴스를 만들려면 일이 더 늘어날까요? 회사 입장에서는 인력 투입이 늘어날까요? 심층 저널리즘이 더 비싸고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시럽 :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희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4개월 안에 추가로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문서로 결재까지 받았죠. 잘 되길 바랐기 때문이죠. 그런데 실제로 추가 지원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쓰는 기사가 수많은 기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더 어렵거나 더 복잡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약간의 방향의 차이일 뿐이죠. 그래서 토론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은 새로운 어떤 것이라기 보다는 약간 다른 종류의 기사일 뿐입니다. 전달 방식이 다른 거죠.

구하 : 동의합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기사도 같이 씁니다. 모든 기사를 컨스트럭티브하게 써야 하는 건 아니고요. 정보 전달이 의미가 있는 경우도 많죠. 만약 컨스트럭티브하게 구성재 보자고 한다면 직접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해야 합니다. 당연히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죠. 동일한 예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필요합니다. 어제 BBC의 솔루션 에디터를 만나서 물었더니 BBC도 수요가 더 큰 포맷에 집중한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속보도 필요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발생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뭔가 더 분석적이고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이슈를 찾죠. 케이크 위에 체리처럼 말이죠. 결과적으로 비용이 더 들지만 한정된 자원을 잘 분배해야 합니다.

보르하르트 : 컨스트럭티브한 이슈에 비용을 더 들이나요?

그리핀 :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건 독자들이 더 많은 콘텐츠를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전략을 세우면 비용은 중립을 지키게 된다고 믿습니다.

보르하르트 : 뉴스룸에서의 인센티브 구조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들에게는 평판과 명성도 중요한 동기 부여가 되죠?

브레젠시빌리 : 컨스트럭티브 뉴스는 단순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접근이 확실히 더 큰 반응을 끌어냅니다. 뉴스룸 안에서 컨스트럭티브 뉴스에 대한 별도의 지원은 없습니다. 적어도 예산을 더 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정된 자원으로 우리가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죠. 저는 이런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동기 부여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동의합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보르하르트 :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좀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기사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다들 쉽지 않은 환경에서 도전하고 있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기자는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사람.”

[인터뷰] 메디아시떼 독자 에디터 피에르 리보비치, “솔루션 저널리즘도 탐사 보도의 연장… 독자들에게 답이 있었다.”

프랑스의 메디아시떼(Mediacite)는 리용(Lyon)과 낭트(Nantes), 툴루즈(Toulouse) 등의 지역을 다루는 탐사 보도 전문 매체로 출발해서 지역 단위의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7월22일 메디아시떼의 독자 에디터를 맡고 있는 피에르 리보비치(Pierre Leibovici)를 만났다.

– 메디아시떼는 솔루션 저널리즘 전문 매체는 아니다. 탐사 저널리즘과 솔루션 저널리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2016년에 지역 기반의 탐사 보도 신문으로 출발했다. 창간 초기에는 탐사 보도에만 주력했다. 지방의 정치 권력과 기업, 기관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2018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 취재를 시작했다. 솔루션 저널리즘과 탐사 보도는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솔루션 저널리즘 방식을 도입한다고 해서 탐사 보도를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솔루션 저널리즘 역시 탐사보도의 한 형태 또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메디아시떼에서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를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 팬데믹 직후 2020년부터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지원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지역 차원의 해결 방안을 다루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를 테면 전국적 봉쇄령이 내려진 뒤 노숙자들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먹거리를 제공하거나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전달하는 사례가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이런 접근이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갖게 됐고 이듬해 먹거리 문제에 대한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먹고, 무엇이 더 지속가능한 방식이고 취약 계층을 돕는 방법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받았고 ‘마스크를 전자렌지에 돌려서 재활용할 수 있느냐’는 가벼운 질문부터, ‘격리 기간에 아이들 교육 격차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느냐’는 무거운 질문까지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 지향 보도에 적응하게 됐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독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었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우리 스스로 확신을 하게 됐다.”

– 한국도 주요 언론사들이 서울에 집중돼 있고 지역 신문들은 정작 심층적인 보도에 취약하다. 지역 신문사들이 정작 지역 주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메디아시떼가 지역에서 신뢰와 평판을 구축한 비결이 있나.
“프랑스 언론의 관심도 파리에 집중되어 있고, 탐사 보도 역시 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거나 전국 단위 이슈를 다룬다. 지역 신문들은 탐사 보도에 투입할 재원이 없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지역 기반의 탐사 보도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지방 정부의 권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언론의 감시와 비판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신문이 그동안 성장했던 건 이런 독자들의 수요에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가 독자들에게 보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구독자들의 85%가 우리 신문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굉장히 높은 비율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부터 레이더(Radar)라는 섹션을 만들어 지방 정부의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구독자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 구독자가 5500명인데 아직 부족하지 않나.
“맞다. 매우 어렵다. 팬데믹 기간에 방문자가 크게 늘었지만 팬데믹 관련 기사를 무료로 풀었기 때문에 실제로 유료 구독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나마 2022년에 들어서면서 하락 국면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구독자 감소는 우리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모든 독립 언론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독립 언론 메디아파르트(Mediapart)는 구독자가 21만 명 정도 되는데 우리는 5500여 명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도 구독자 수가 줄었다. 독립 언론의 전반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 매출 구조는 어떤가. 취재 프로젝트 단위로 후원을 받기도 하나.
“여러 경로로 후원을 받고 있다. 물론 후원과 사업 매출을 구분해야 한다. 우리 매출의 89%는 구독자들의 구독료다. 나머지 11%는 협력 언론기관에서 우리의 기사를 구입하면서 지급한 대금이다. 메디아파르트나 TF2(프랑스 공영 텔레비전 채널)가 주요 고객이다. 자금 조달의 경우 우리 회사는 190명의 주주들이 있다. 주로 200유로 가량의 소액 투자를 하고 있는 독자들이다. 그리고 프로젝트별 지원금이 있다. 이 지원금은 당신이 언급한 세계적인 기관 및 단체에서 주는 지원금이 있고, 국가(프랑스 정부)가 주는 지원금이 있는데 이는 혁신적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금이다.”

– 독자들이 기사 기획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도 궁금하다. 니스마땅(Nice-Matin)의 경우 기사 아이템 3개를 제안하면 독자들이 투표로 결정한다. 메디아시떼는 독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나. 설문조사나 공개 토론으로 충성 독자를 확보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우리는 독자들의 질문과 비판에 언제나 답변을 한다는 게 원칙이다. 독자들이 매우 간단하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둘째, 어떻게 하면 메디아씨떼가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묻는다. 설문을 3개월에 한 번씩 독자들에게 보내서 답변을 듣고 서비스 개선에 활용한다. 이를 테면 지난 1월에 독자들에게 보낸 질문은 우리의 기사를 볼 때 갖게 되는 감정이나 느낌에 대한 것이었다. 셋째, 사안별로 독자들의 의견을 듣는다. 지난해 먹거리에 대한 취재를 할 때는 우리의 계획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독자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물었다. 당신들 집 주변에 새롭게 연 식당이나 문을 닫은 식당이 있는지, 당신이 보기에 최근에 식당의 종류 및 형태가 변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유행하고 있는 식당이나 음식이 있는지, 배달 음식점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등등. 이에 대해 515개의 응답을 받았는데 전체 구독자의 10% 정도다. 이들의 의견이 상당 부분 기사에 반영됐다.”

– 네 지역에서만 서비스한다. 더 확장할 계획은 없나.
“자주 듣는 질문이다. 처음 설립할 때 이 지역을 선택한 건 이 곳에 탐사 보도 매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르세이에는 마르사튀(Marsactu)가 있고 보르도에는 뤼89보르도(Rue 89 Bordeaux) 같은 독립 언론이 있다. 처음 계획은 10개의 대도시를 기반으로 지역 언론을 만든다는 것이었는데 일단 네 군데서 시작했고 계속 확장할 생각이다. 다만 철저하게 지역에 기반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 솔루션 저널리즘을 훈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나.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프랑스 지부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에는 우리 기자들만 교육을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외부 기고자들까지 포함해 35명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은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지역을 직접 방문해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 대표적인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를 소개해 달라.
“두 가지 기사를 소개하고 싶은데 하나는 말부프(malbouffe) 지역 시민들이 양질의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실험을 소개한 기사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유기농 식재료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단순 원조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유통 루트를 단축시키고 포장 용기 등의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췄다. 여전히 정크 푸드보다 가격이 비싸고 가격 장벽이 있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이었다. 의류를 물물교환하는 ‘그린디팩트(Greendy Pact)’라는 상점의 사례를 다룬 기사도 평가가 좋았다. 물물교환이지만 1회에 4유로의 수수료 또는 연간 회비 179유로로 운영된다. 오픈 2년 만에 회원이 2000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만5000개의 제품이 교환됐다. 옷 한 벌에 5000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그린디팩트는 3년 동안 10억 리터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서 강조하는 확장성(scalability)과 복제 가능성(replicability)을 모두 담고 있는 아이디어였다.”

–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가 구독자 증가에 도움이 됐나.
“어떤 기사가 유료 구독으로 연결되는지 살펴본 바 있는데 탐사 보도 기사와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가 거의 반반이었다.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가 구독 전환율이 더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통령 선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대형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기사가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절망적이라는 지적을 받곤 했다. 그래서 솔루션 기사의 양을 더 늘려야 한다는 내부적인 문제 의식도 있다.”

– 솔루션 저널리즘을 처음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단순히 좋은 기사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사를 써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기자들은 하던대로 하는 익숙한 관행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나이든 기자일수록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나.
“우리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토론하고 반문해야 한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얻은 신념은 기후 변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미디어에 대한 불신에 맞서 작은 변화라도 이끌 수 있는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자가 직접 세상을 바꾸는 일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시선을 바꾸고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나 에피소드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보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솔직함과 정직함을 유지해야 하며, 동시에 비판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둘째 언제나 독자들과 함께 가야 한다.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취재 과정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한계에 맞서는 과정이 저널리즘, 지치지 않길 바란다.”

[인터뷰] 레포르테데스뿌아 질 방데르푸텐 편집장, “솔루션 저널리즘도 비판에서 출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 중요하다.”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는 프랑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교육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아이디어를 프랑스 언론사들에게 소개하고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300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희망의 기자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7월5일 ‘희망의 기자들’을 이끄는 질 밴더푸텐(Gilles Vanderpooten) 편집장을 만났다.

– 미국에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가 출범한 게 2013년이다. ‘희망의 기자들’은 그보다 일찍 프랑스에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건가.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에 시작했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빌 게이츠 등의 도움으로 비교적 초기에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연구 성과를 냈다. 미국이 프랑스에 비해 8~9년 늦게 출범한 것 같지만 그 이전부터 문제 의식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1998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그 흐름이 이어져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가 출범했다고 봐야 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먼저 나타난 흐름이다. 물론 미국은 차별과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산적해 있고 이들이 사회 문제를 대하는 방식을 볼 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움직임이 영미 중심적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한국의 관심이 매우 반갑다.”

– ‘희망의 기자들’을 소개해 달라.
“성과도 있고 실패도 있었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에 출범했다. 1500명 이상의 기자와 언론사 운영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시각과 제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해결 지향의 보도에 대한 문제 의식이 확산됐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와 별개로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기자들이 있었고 저널리즘 어워드를 만들게 됐다. 처음에는 의도를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다. 종교 기반의 언론사들이 우호적이었고 초창기에는 이 언론사들과 협업을 많이 했다. 나중에 리베라시옹도 합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여러 언론사들이 솔루션 저널리즘 섹션이나 부서를 만들고 독립된 잡지를 출간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하지만 대부분 오래 가지 못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렉스프레스(L’Express)는 사회적 기업이나 지역 기반의 혁신 모델을 다루는 여러 매체를 스핀 오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지난 18년을 돌아보면 꾸준히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뭔가를 바꿨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기자들 사이에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저항은 많이 사라졌다.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 ‘희망의 기자들’이라는 이름도 궁금하다. 사실 기반의 저널리즘과 희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왜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기자들인지도.
“현장성을 강조하다보니 기자라고 했다. 희망이라는 건 낙관이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의미는 믿음이다. 언론이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보면 된다.”

– 조직 구성은 어떤가.
“상근 직원은 5명이고 자문 위원이 10명 있다. 150여 명 정도 참가자와 기여자(재정 지원 및 프로젝트별 참여 자원봉사자 및 연구자 등)가 활동하고 있고 2만여 명의 뉴스레터 구독자들이 있다. 구독자의 대부분은 기자들과 언론사 경영진이다.”

– 기자 교육이 핵심 업무라고 보면 되나.
“앞으로 기자 교육이 핵심 업무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례를 조사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리서치 중심 활동이 많았다. 기자 교육은 1년에 500명 수준이고 교육 기간도 반나절로 매우 짧았다. 하지만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원격 강의(MOOC)를 통한 온라인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주요 대학의 저널리즘 관련 학과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시작할 텐데 연간 교육생이 현재 500명 수준에서 4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기자가 3만5000명 정도 된다. 지역 언론사들을 위해 전국 순회 교육을 하는데 주요 거점 대학에서 진행된다. 도시 마다 이틀 정도 머물면서 최대한 많은 지역 언론인과 언론 관련 단체들과 만나려고 하고 있다 학생 뿐만 아니라 직업 기자들까지 15~40명 정도의 현직 기자들이 참여한다.

– 기자들에게 상도 준다. 어떻게 운영하나.
“직업 기자들에게 주는 상은 후보자가 200여명, 청년 기자들은 후보가 140명 정도 된다. 지원자를 받기도 하지만, 협회에서 1년 내내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르플러스(Le Plus)’라는 플랫폼을 운하고 있는데, 2000여 건의 탐사보도 기사들이 있다.”

– 직접 만드는 콘텐츠는 얼마나 되나. ‘La France des solutions(솔루션 프랑스)’라는 행사도 운영하고 있던데.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와 협의를 통해 1년에 한 번, 연말에 솔루션 저널리즘과 관련된 기자를 포함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사들을 초청해 공연과 토크쇼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이를 라디오로 내보낸다. 초청된 기자들이 청중 및 청취자들과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설득하는 자리이다. 초청되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고려하지 않으며, 매우 다양한 성향의 기자와 전문가들이 만난다.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이야기하면서 기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 재정 구조는 어떤가. 개인이나 기업 후원, 정부 지원 등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해마다 다르지만 대략 30만~45만 유로 정도 든다. 개인 후원으로 충당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언론사 경영진이고 우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솔루션 프랑스’ 같은 행사를 통해 기업의 재정 후원을 받기도 한다. 직접 뉴스에이전시를 만들기도 했지만 잘 안 됐다. 지금은 수요에 기반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를 테면 언론사들의 협업을 통해 솔루션 저널리즘 관련된 섹션이나 특별판, 정기간행물 등의 제작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주요 언론사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협업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은 협회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 한국의 기자들은 솔루션 저널리즘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엄격하다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희망의 기자들’에서 기자들을 교육할 때는 어떤가.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관심을 끌만한 이슈는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거나, 논쟁적이거나,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하는 것들이다. 또는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야 하는 의혹과 폭로 같은 것들이다. 특히 프랑스 사람들은 저널리즘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면 그것으로 생명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감시와 비판이 언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어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방식을 설명하고, 기존의 보도 방식을 한계를 보여주고, 그것을 보완하는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의심하게 된다. 우리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솔루션 저널리즘의 확산을 통해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현실에서 이 운동은 수많은 독자들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들을 신뢰를 두텁게 하는 일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전략은 사업으로도 가능하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교육 기관에서도 솔루션 저널리즘을 다루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일반적이라기 보다는 선택 가능한 하나의 구성 요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교도 있지만 적어도 거부감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사례가 다른 나라와 다른 지역의 해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가장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이야기해 달라.
“영향력이 컸지만 사실 단순했던 기사가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시골 지역은 공연이나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한 여성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호기심 버스를 만들었다. 이 버스로 한번에 5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을 태우고 연극이나 영화, 오페라 등을 관람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언론에서 다루기 시작했고, 언론의 모방 속성 때문에 더 많은 언론에 노출됐다. 결국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생겨났다. 흥미로운 시도였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복사하기 붙여넣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결 지향의 보도가 어떻게 변화를 만들고 퍼뜨리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였다.”

– 구글 어시스턴트와 협업도 하더라.
“맞다. 구글 홈에 ‘OK, Google, donne-moi une bonne nouvelle(OK, 구글, 좋은 소식 들려줘)’라고 말하면 우리가 선정한 기사 요약을 들려준다. 미국에서 영어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는데 우리가 처음 프랑스 법인에 연락했을 때는 거절 당했다. 그런데 얼마 뒤에 다시 연락이 와서 진행하게 됐다. 1년 동안 기사 선정과 녹음 작업을 해서 업로드했다. 한 편에 30초 분량이고 이용자가 월 6만 명 수준이다. 구글의 목표는 1만 명이었는데 6배나 됐다. 미국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 경제, 고용, 환경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언론사마다 다르다. 르피가로(Le Figaro)나 레제코(Les Echos) 같은 보수적인 대형 언론사들도 있다. 이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피가로나 레제코 같은 보수 성향 신문사들도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험하고 있는데 사업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 스타트업이나 혁신 기술 등에 대한 소개가 많다. 우리는 왼쪽에 있는 위마니떼나 리베라시옹, 중도 성향의 르몽드, 중도 우파 성향의 리푸앙(Le Point), 그리고 좀 더 오른쪽에 있는 피가로 등 성향과 관계 없이 여러 언론사와 협업을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 이념의 문제는 아니지만 난민 문제 같은 정치적 이슈의 경우는 입장 차이가 커서 함께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 단순히 좋은 이야기와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기사는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매우 어렵다. 기자들은 익숙한 관행에 의존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세상이 얼마나 비참하고 끔찍한지에 대해 보도하다 보면 여기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솔루션 저널리즘 역시 비판적인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다만 어떤 문제에 개입할 때 그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해결을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실험과 도전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한계가 있고, 어려움이 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저널리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치지 말기를 바란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언론사 내부의 지지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구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으며, 그것이 결국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언론사 경영진에게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물고기가 아니라 그물을”,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체코의 트랜지션온라인(Transitons Online, 이하 트랜지션)은 체코와 튀르키예, 슬로바키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지역의 솔루션 저널리즘 허브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트랜지션의 기사를 살펴보면 어느 나라나 비슷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고 다른 나라의 시행착오가 또 다른 나라에 새로운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트랜지션은 동유럽의 언론사들에게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여러 나라의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를 번역해서 소개하고 있다. 트랜지션이 공유한 몇 가지 솔루션 기사를 살펴보면서 해법에 접근하는 과정을 복기해 보기로 한다.

소액 금융과 오이 농사로 가난 탈출.

첫 번째 기사는 소액 금융과 오이 농사로 가난을 벗어난 헝가리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틀라조(Atlatszo)의 기사다.

‘탈출(Way Out)’ 프로그램은 인도의 그라민 은행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저소득 계층 여성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로 2009년 출범했다.

헝가리의 파비안하자(Fabianhaza) 지역은 헝가리에서도 가장 소득이 낮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아직도 동네 우물에서 식수를 길어 마시는 지역도 있다. ‘탈출’ 프로그램에 참여한 두 아이의 엄마 티미(Timi)는 2020년 봄부터 뒤뜰에서 오이 농사를 시작했다. 장비와 모종 구입 등의 초기 비용이 필요했지만 최대 15만 포린트(52만 원)까지 2년 만기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오이는 5월에서 9월까지 재배하는데 이 기간 동안 생계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오이 농사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실패 위험이 낮고 판매도 꾸준한 작물이다. ‘탈출’ 프로그램은 참여 농가에서 생산된 오이를 한꺼번에 매입해서 가공 공장으로 보내고 농가에 1주일에 한 번 급여를 지급한다. 오이 가격이 폭락할 때도 미리 약속한 금액에 매입하기 때문에 농가는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한 시즌이면 50만 포린트(172만 원)의 매출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탈출’ 프로그램에서 생산한 오이는 2020년 기준으로 316톤, 순이익은 5100만 포린트(1억7493만 원)에 이른다. 참가자는 63명이었다.

‘탈출’ 프로그램의 모토는 “물고기가 아니라 그물을 주세요”다. 프로그램에서는 오이 재배 뿐만 아니라 오이 판매와 회계 기초 등 기업가 교육을 병행한다. 오이 농사로 사업에 뛰어든 여성들이 자영업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탈출’ 프로그램은 2009년 150만 유로의 유럽 연합 보조금으로 출범해 개인 기부금과 35만 유로의 헝가리 정부 예산의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독립된 기금으로 운영된다. 2012년까지는 설립 자금의 15%가 대출로 나가고 나머지는 시스템 구축과 임금, 세금 등으로 나갔다. 초기 대출의 상환 비율도 55% 밖에 안 됐다. 그만큼 대출 부실이 컸고 재정 건전성도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몇 차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묘목과 비료 등의 원재료를 직접 구매하거나 인수하고 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시스템을 강화했다. 그 과정에서 극도로 빈곤한 사람들에게는 이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당장 대출이 필요하지만 오이 농사에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걸러내는 것도 중요한 변수였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게 아니라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멘토들이 입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해를 돌보는 것도 지속 가능한 시스템의 전제 조건이다. 초기에 합류한 멘토 37명 가운데 남아있는 사람은 4명 뿐이다.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농가를 돕는 것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병행하는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이 농사의 마진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운영 비용을 회수할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탈출’ 프로그램은 몇 차례 시행 착오를 거쳐 금융 사업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애초에 오이 농사가 한 철 농사라 이것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탈출’ 프로그램의 모델이었던 그라민 은행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그래도 공공에서 주도하는 일자리 프로그램보다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헝가리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 일자리는 월 소득이 5만4000포린트, 연간 65만 포린트 정도인데 ‘탈출’ 프로그램에 참여한 농부들은 한 시즌에 50만 포린트를 벌 수 있다. 월 소득으로 치면 대략 두 배 수준이다. 이 프로그램이 자리 잡으려면 오이를 재배하지 않는 기간에 수입을 담보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헝가리 북동부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헝가리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유럽 연합 지원이 2022년에 끝나면 연간 1000만 포린트(3440만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산자 직거래로 ‘윈윈’하는 해법, 가능할까.

두 번째 기사는 튀르키예의 주문형 채소(Grown-to-Order Veggies) 스타트업 파모바일(Farmobile)을 소개한 기사다. 파모바일은 도시 주민들에게 인근 시골의 농지를 분양해서 채소를 재배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여름에는 토마토와 고추, 오이, 겨울에는 무와 시금치가 인기가 좋고, 양배추나 브로콜리, 가지, 옥수수, 당근 등도 선택할 수 있다. 언뜻 주말 농장과 비슷하지만 돈을 받고 농사를 대신 지어주고 배송까지 해준다는 게 차이다.

파모바일의 창업자는 은퇴한 농업 엔지니어 파티 굴렉(Fatih Gulec)이다. 굴렉은 농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가격 결정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직거래 서비스를 만들었다.

튀르키예는 1980년대까지 정부에서 농업을 관리해 왔다. 민영화 이후에는 해외 자본이 들어오면서 농업의 붕괴가 시작됐고 정부가 보조금을 쏟아 부었지만 영세 농가의 몰락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종자와 비료 등 수입 의존도가 높았는데 가뜩이나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비용이 급증했다. 2002년 기준으로 농부가 250만 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180만 명 미만으로 줄어들 정도로 농업의 붕괴가 심각했다. 농지는 같은 기간 동안 18% 이상 줄었다.

무엇보다도 여러 단계 중간 도매상을 거치면서 소비자 가격은 뛰는데 생산자들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레몬의 경우 산지에서는 1kg에 1리라(76원)에 팔리는데 도매 시장에서는 4리라(305원), 동네 슈퍼에서는 7리라(534원)에 팔렸다. 파모바일은 중간 거래상을 건너 뛰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었다.

물론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구독 회원이 4명 밖에 안 됐다. 2020년에는 회원이 35명, 경작 농지도 200평방미터로 늘었고 2021년에는 1500평방미터로 늘었다. 구독 연장 비율은 60%에 이른다.

파모바일의 구독 옵션은 세 가지다. 2000리라(15만2000원)의 에코(Eco) 패키지는 12평방미터에 농지에 세 가지 상품을 구독할 수 있다. 입문(Beginner) 패키지는 3000리라를 내고 25평방미터에 5가지 상품, 프리미엄 패키지는 3500리라를 내고 25평방미터에 7가지 상품을 구독할 수 있다. 트랜지션이 지적한 것처럼 전체 노동 인구의 40%가 월 290달러의 최저 임금을 받는 나라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파모바일은 아직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한 모델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회원이 늘어날수록 배송과 마케팅 등 고정 비용이 줄어들고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가 전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농업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농업은 언제나위험했습니다. 날씨에 따라 다르고 해충도 주의해야 합니다. 항상 긴장이 있지만 식탁에 놓인 채소를 보면 기쁘죠. 저는 이 두 가지를 고객들과 공유하고 싶고, 많은 고객들과 함께 그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굴렉의 이야기다.

일자리를 만드는 ‘애국’ 토마토.

세 번째 소개할 기사는 슬로바키아 토마토 농장의 도전을 다룬 기사다.

슬로바키아도 공산주의 몰락 이후 시장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산업이 급격히 붕괴했다. 슈퍼마켓 체인이 들어오면서 수입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슬로바키아의 가장 큰 토마토 농장인 그린쿠프(GreenCoop)의 최고 경영자 졸트 빈딕(Zsolt Bindics)은 15년 전 다뉴브강의 온화한 기후가 토마토 농사에 최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유럽 연합의 기금을 받아 1.5헥타르의 토마토 농장을 만들었다.

토마토 농장은 고용 창출 효과도 매우 높다. 다른 농산물은 100헥타르에 2.5명을 고용하지만 밀집도가 높은 수경 재배 방식의 토마토 농장은 1500명을 고용할 수 있다. 오레무스(Oremus) 농장의 경우 1헥타르에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 방울 토마토는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낼 수 없었죠. 요즘은 국산 토마토가 5~10% 더 비싸지만 기꺼이 국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슬로바키아에서 국산 토마토의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그린쿠프의 매출은 2012년 210만 유로에서 2020년 3070만 유로로 급격히 늘어났다.

다음은 트랜지션이 정리한 슬로바키아 토마토 산업의 체크리스트다.
첫째, 꾸준한 수요가 있는 제품을 찾았다. 토마토는 1년 내내 먹을 수 있고 누구나 좋아한다.
둘째,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해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했다. 녹색 토마토를 따서 익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셋째, 품질로 승부했다. 수입산 보다 국산이 맛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농약 사용량을 줄여 신뢰를 확보했다.
넷째, 국산 생산 농가들끼리 힘을 합쳐 브랜드를 키웠다. 슈퍼마켓에서 누구나 쉽게 국산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당연히 가격 협상력도 높아졌다.
다섯째, 현지에서 고용을 창출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을 채용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여전히 수입 제품이 국산보다 저렴하다. 네덜란드의 토마토 농가들은 미리 합의된 가격으로 사전 판매하고 남은 농산물을 동유럽에 싸게 팔면서 국산 농가들을 위협해 왔다. 국산 농가들은 이제 막 시설 투자와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는 반면 네덜란드는 시장을 확장하면서 후발 주자를 도태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꿀벌의 떼죽음, 튀르키예가 찾은 해법은.

꿀벌 농가를 살리기 위한 튀르키예의 실험도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튀르키예도 꿀벌의 집단 폐사와 함께 벌꿀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심각한 이슈가 됐다. 당장 식물의 번식과 생태계 균형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2006년 대형 산불이 발생한 뒤 산림 보호를 위해 양봉 산업을 엄격하게 규제했다. 그러나 2007년 이스마일 벨렌(Ismail Belen)이라는 산림총국 부국장이 산림 양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진상 조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위원회가 출범했다. 산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양봉 수확을 늘리는 해법을 찾기 위한 조사였다. 튀르키예의 양봉 산업은 양봉 농가만 15만 가구, 연간 4억5000만 달러 규모에 이른다.

조사위원회는 꿀벌의 떼죽음이 살충제 때문이라는 진단과 함께 기후변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3년 동안의 실험을 거쳐 꿀숲(honey forests)을 육성하는 법이 통과됐다. 꿀숲으로 지정되면 꿀벌이 좋아하는 나무를 심고 연못을 파고 양봉 농가를 위한 급수 시설 등이 지원된다. 2020년까지 튀르키예 전역에 596개의 꿀숲이 지정됐고 이를 2023년까지 7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산림 보호도 중요하지만 꿀벌을 살리기 위해서는 양봉 농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과수원에서는 살충제를 쓰지 않을 수 없고 결국 최대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숲속에서 꿀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튀르키예 최대의 벌꿀 산지인 브르샤(Bursa) 산림청은 쿠르순루(Kursunlu) 숲을 꿀숲으로 지정하기 위해 라벤더와 헤더 등 꿀벌을 유인하는 데 효과적인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었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벌통 60개 미만을 관리하는 영세 농가들에 벌통을 지원하기도 했다.

꿀숲 법이 통과된 2010년부터 10년 동안 튀르키예의 꿀 생산량은 8만1000톤에서 11만톤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벌꿀 통은 560만 개에서 800만개로 늘어났다. 양봉 농가도 2010년 이후 두 배인 8만 명까지 늘어났다. 튀르키예의 양봉 산업은 세계 3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부르샤 양봉협회 회장인 우무트 브그라 카바스(Umut Bugra Kavas)는 “꿀숲이 생기기 전에는 연간 500kg의 로열젤리를 생산했는데 지금은 1.5~2톤까지 늘어났다”면서 “그 절반 정도가 브루샤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테디 베어가 재범율을 낮춘다?

다섯 번째는 루마니아 몰도바 교도소의 실험을 다룬 기사다.

이 교도소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벤치마킹해 수감자들 가운데 신청을 받아 부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도소는 출소한 전과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돌아오는 비율이 50%가 넘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전과자들이 사회 복귀가 쉽지 않아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감자 가운데 아이가 있는 비율이 3분의 2 수준이다.

‘양육 인사이드아웃(inside out)’ 프로그램은 미국 오리곤주에서 시작돼 지금은 17개 주의 교도소에서 실행되고 있다.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로도 확산됐다. 워싱턴주 교정 전문가 브루스 우드(Bruce Wood)는 교육을 이런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는 여러분을 위해 여기 온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아이들을 위해 왔고 저의 목표는 여러분의 아이들이 이곳에 오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교육은 1주일에 세 번씩 2시간30분 동안 3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주제는 “더 나은 부모가 되는 방법.”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재소자들은 알 모양의 인형을 받아 1주일 동안 돌보게 된다. 1주일이 지나면 다른 재소자들에게 알을 넘기고 테디 베어 인형을 받게 된다. 갓난 아이를 남겨 두고 이곳에 왔다는 한 재소자는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교육에서는 감정 조절과 격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일부 재소자들은 인형 놀이에 극도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우드는 이렇게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부모로서의 경험을 재연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죄수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까.”

재소자들을 부모로 인식하면서 간수와 재소자들의 관계도 달라졌다. 아이를 주제로 하는 대화가 늘어났고 교도소 내부의 폭력도 줄어들었다.

다음은 한 재소자의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건네야 한다는 걸 알게 됐죠. 언젠가부터 아버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양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재소자들은 석방 이후 1년 이내에 다시 수감될 확률이 31~41%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이 순탄하게 돌아갔던 건 아니다. 테디 베어 인형이 마약이나 금지된 물건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고 그래서 종이 인형으로 대신하는 곳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교도소 행정 당국을 설득하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 재범 비율을 줄인다는 통계가 명확했지만 상당수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을 관리 대상으로만 봤지 이들이 바뀔 거라는 기대가 아예 없었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이런 질문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가족과 화상 통화를 하는데 아이가 수줍어하고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국과 몰도바는 상황이 다릅니다. 테디 베어를 메고 다니는 위험을 감수할 재소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엄청난 트라우마가 될 것이고 동료들에게 굴욕을 당하거나 구타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100%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작동합니다. 아무도 그들을 비웃지 않아야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곳에서 작동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두 명의 모더레이터와 장난감 몇 개면 충분하다. 재소자 가운데서도 모더레이터를 찾을 수도 있다. 한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고 있는 실험과 도전의 과정이다.

“재소자들이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있게 만드는 최선이 아닙니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보고 바꿀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감옥에서 나왔다가 반년 안에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테러리스트들을 감옥에 가두는 방법.

2020년 튀르키예가 알카에다 테러 조직의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청년들을 체포했을 때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된 적 있었다.

2014년 벨기에 브뤼셀의 유대인 박물관을 공격해 4명을 사망하게 한 메디 네무슈(Mehdi Nemmouche)는 석방된 지 3주 만에 시리아로 떠나 다음 테러를 준비했다. 2015년 파리의 코셔 상점에서 인질로 4명을 살해한 아메디 쿨리발리(Amedy Coulibaly)도 교도소에서 더욱 과격한 테러리스트로 거듭났다.

감옥이 테러리스트들을 교화하는데 실패하고 있지만 아무리 잔혹한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하루 한 번 이상 산책을 허락해야 한다. 다른 수감자들과 접촉을 금지해야 하고 이들을 평생 감옥에 가둬둘 게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사회 복귀를 지원해야 하는 과제도 남는다. 트랜지션이 번역해 소개한 폴란드의 일간 신문 가제타비보르차(Gazeta Wyborcza)의 기사에 따르면 이 분야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나라가 체코였고 다른 나라들의 벤치마크 모델이 됐다.

체코는 체코프라하공과대학(CVUT)에서 만든 온라인 교육 플랫폼 에르메스(HERMES)를 급진화에 맞서는 도구로 활용했다. 에르메스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개인을 다시 통합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대화형 학습과 케이스 스터디 등의 교육 자료가 포함돼 있다. 판사와 변호사, 보호 관찰 직원, 사회 복지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가제타비보르차에 따르면 체코에서도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확신이 생겨났다.

이탈리아 파도바 교도소에서 진행한 교화 실험의 결과도 흥미롭다. 핵심은 수감자들을 급진적인 지도자들과 분리하는 것이다. 교도소 내부에 콜센터와 제과점, 자전거 가게 등의 기업을 유치하고 외부 세계와 동일한 급여와 노동 조건을 지급하고 경력 증명서도 받을 수 있다. 입소 기업들은 세금 혜택을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덜 급진적인 수감자들은 일반 재소자들과 비슷한 조건의 노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수감자들의 복귀율은 10% 수준으로 다른 이탈리아 교도소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나폴리에서는 이 비율이 최대 90%에 육박한다.

로마의 한 모스크의 이맘인 사미 살렘(Sami Salem)에 따르면 수감자들이 의지하는 온건한 이맘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진정한 이슬람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급진적 견해에서 벗어났던 수감자들의 참여도 성공적이었다.

문제 해결에 이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밖에도 흥미로운 사례가 많다.

체코의 한 학교는 4년 차이가 나는 학생들을 멘토와 멘티로 짝 지워주는 P2P 교육을 도입했다. 5학년 학생은 1학년 학생과, 7학년 학생은 3학년 학생과 각각 한 팀이 되는 방식이다. 입학하면 4년 동안 멘토와 함께 지내다가 5학년이 되면 멘토가 돼서 1학년 학생을 배정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장점은 멘토 학생들이 멘티 학생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한계는 여전히 잘 맞지 않는 관계가 있고 또 다른 문제를 만든 경우도 물론 있다.

폴란드에는 커밍아웃을 선언한 LGBTQ 청소년들을 위한 임시 보호소가 있다. 폴란드는 성소수자 인권을 평가하는 무지개 지수에서 유럽 최하위로 평가 받은 바 있다. 유럽의 LGBTQ 인구 가운데 5분의 1이 노숙을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었다. 부모가 아이의 성적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감금하거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금지하는 등의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이 보호소는 심리적 지원이나 상담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최장 3개월까지 보호하고 사회 복귀를 돕는다.

결핵 치료에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몰도바의 사례도 흥미롭다. 몰도바는 결핵 발병률이 유럽에서 제일 높은 나라다. 문제는 최대 2년까지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면서 내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몰도바의 한 비영리 기구가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는 방면을 비디오로 찍어 의사에게 보낼 수 있는 앱을 개발했는데 이 앱을 쓴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치료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비율이 10%포인트 정도 높았다. 약을 제때 복용한다는 믿음이 있으면 의사들이 한꺼번에 많은 약을 처방할 수 있고 병원에 오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의 성적 고민을 해결해 주는 비영리 단체 ‘위험 없는 축복(Rozkos bez rizika)’을 다룬 파인맥(Finmag)의 기사는 2019년 솔루션 저널리즘 어워드를 받았다. 성적 만족과 자기 표현을 배우도록 돕는 서비스다. 논란이 많은 서비스였지만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진행되고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지 말라는 내부 윤리 강령도 철저하게 지킨다고 한다.

유럽 최악의 교통 사고 사망률을 기록했던 슬로바키아가 한 달 월급 수준에 이르는 교통 범칙금을 부과하면서 사망률을 급격하게 떨어뜨린 사례도 흥미롭다. 사망자 수는 2012년 302명에서 2014년 267명, 2016년 192명으로 줄었고 2019년에는 66명까지 줄었다. 이웃나라인 폴란드의 과속 위반 벌금이 1997년에는 최저 임금의 127%였는데 2019년 기준으로 17% 수준까지 떨어진 것과도 비교된다.

우크라이나의 빈곤 농가를 돕기 위해 20마리의 암소를 기부하는 대신 새끼를 낳으면 이웃에 기부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건 실험도 흥미롭다. 몇 년 뒤 이 마을은 젖소가 400마리로 늘어났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공용으로 쓰는 우유 비축 탱크를 늘려 단가를 높였더니 떠났던 청년들이 돌아왔다.

조지아에서는 그루지아족과 아제르족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아제르어와 아제르 역사를 가르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원룸 학교로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약간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트랜지션이 소개한 해법은 모두 가능성 뿐만 아니라 한계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있다. 제레미 드러커 트랜지션 대표는 “철저하게 문제 해결의 과정에 집중한다”면서 “카피 앤 페이스트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실패의 경험에서 문제 해결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