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저널리즘을 결합하면 이야기가 훨씬 더 풍성해진다.”

[인터뷰] 태미 코 로빈슨 한양대학교 교수, “소셜 미디어 세대에게 전통적인 저널리즘 문법으론 한계.”

태미 코 로빈슨(Tammy Ko Robinson)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다. 영화 제작과 미디어 연구를 전공했고 시카고에서 미디어 활동가와 영화 제작자로 활동했다. 시카고예술대학(SAIC)과 샌프란시스코아트인스티튜트(SFAI)에서 시각문화연구(Visual Studies)와 문화 산업(Culture Industry/Media Matters) 등을 전공했다. 2019년 한국으로 돌아와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응용미술교육과에서 미디어 아트를 가르치고 있다. 과거 한겨레 영문판의 부편집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로빈슨 교수는 수업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소개하고 학생들에게 사회적 참여 저널리즘(socially engaged reporting)의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6월2일 로빈슨 교수와 인터뷰 전문이다.

– 사범대학 교수인데 수업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가르친다. 어떤 배경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원래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와 미디어 활동가로 시작했다. 미국에서 나는 유색 인종이면서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사회 정의(social justice)와 미디어 정의(media justice), 디자인 정의(design justice)가 모두 하나로 수렴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지만.”

–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워크샵에 참가했다고 들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를 교육하기 위한 워크샵이었는데 참가자 거의 모두가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교수들이었다. 사례 중심으로 교육을 받았는데 이게 왜 새로운 것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 결국 탐사 저널리즘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동안 해왔던 것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정 중심의 보도라는 문제 의식을 교수들도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정말 흥미롭게 여겼던 것은 저널리즘의 사업적 상황에 관한 것이었고 청년 세대가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소셜 미디어와 함께 자란 세대에게 전통적인 저널리즘 문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 간극을 솔루션 저널리즘이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이주 노동자 연구를 오래 해왔는데 이런 연구와 솔루션 저널리즘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보나.
“내 관심은 모바일과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인데 이 부분이 좀 아쉬웠다. 그래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이규원 연구원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고 이 연구원과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2019년부터 오스트레일리아와 대만, 태국 등의 연구자들과 함께 이주 노동자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종의 사회적 지도(social map)을 만드는 게 내가 맡은 역할이다. 농업과 관광, 어업, 노인 복지 등 여러 섹터에서 발생하는 이주 노동자를 다루는 연구자나 인권 단체 등은 많은데 자신이 연구하는 섹터에 대해서만 알지 다른 섹터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주 노동 시스템은 나라마다 섹터가 다르기도 하다. 이를 테면 똑같은 사람이 미국으로 이주하면 농업으로 가지만 한국에서는 관광으로 가고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노인 복지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모형을 만들어서 추적을 하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프로젝트에는 정책을 다루거나 연구를 하는 멤버들도 있고 공동체 기반 단체 소속의 멤버들도 있다. 저널리즘 스쿨 사람들도 있어서 나중에 함께 탐사 보도도 할 계획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저널리즘 트레이닝도 시키고 싶은 게 나의 생각이다. 이주 노동을 주제로 솔루션 저널리즘 콘테스트도 하려고 한다. 특히 이주 노동에 대한 연구가 서아프리카는 꽤 잘 되어 있는데 동남아시아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를 테면 한국 학생들이 한국의 어업 섹터에서의 이주노동에 대해 취재하고 태국의 학생들이 태국의 어업 섹터를 취재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소스를 공유하고 데이터 시각화나 멀티 미디어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결합하면 이야기가 훨씬 더 풍성해진다.”

– 한국에서도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이 교과로 채택될 수 있을까. 수업 사례를 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좋겠다.
“한양대학교에서의 내 경험은 조금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내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이 미디어나 커뮤니케이션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수업 시간에 프로퍼블리카의 ‘잃어버린 엄마(Lost Mothers)’에 참여했던 패트릭을 초대했을 때 학생들 반응이 정말 좋았다. 미국이 산모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프로퍼블리카 기자들은 독자들에게 출산 도중 사망한 여성의 사례를 알려달라고 했고 134여 건의 사례를 취합했다. 1년 동안 미국에서 죽는 산모가 700~900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6분의 1 정도를 실제로 확인한 셈이다. 그 결과 인종과 소득 수준에 따라 산모의 건강에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실제로 일부 위험 신호에 대한 치료 개선 등 정책 변화로 이어졌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사례는 BBC의 인터랙티브 기사를 이야기할 때였다. 국적과 나이를 입력하면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을 계산해 주고 다른 나라들과 차이를 보여준다.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토론 주제를 던져줬다. 인터랙티브하거나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일 필요는 없다. 요즘에는 AI와 뉴스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는 사람들도 많다. 만약 AI와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수업이 있다면 우리 학생들이 매우 좋아할 것 같다. 솔루션 저널리즘과 집단지성 이론을 함께 배우거나 교육 이론, 시민참여(citizen power), 그리고 예술, 디자인 등에 접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일반적인 뉴스 조직이나 프로페셔널 저널리스트에게는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겠지만 시민 사회 영역에서도 새로운 참여와 사회 혁신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한국에서는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개념이 잘못 오해되고 있기도 하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해결사(problem solver) 저널리즘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워크숍에서 배운 건 단순히 좋은 기사와 문제 해결 과정에 집중하는 기사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완벽한 해법은 있을 수 없다. 한쪽에서는 해법인 게 다른 쪽에서는 해법이 아닐 수도 있고 부분적인 해법일 수도 있다. 저널리스트들은 솔루션 저널리즘의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입양아 문제를 연구하면서 솔루션 저널리즘과 액티비즘을 결합한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진행했기 때문에 해결 지향 스토리텔링을 실제로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