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맞서는 과정이 저널리즘, 지치지 않길 바란다.”

[인터뷰] 레포르테데스뿌아 질 방데르푸텐 편집장, “솔루션 저널리즘도 비판에서 출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 중요하다.”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는 프랑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교육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아이디어를 프랑스 언론사들에게 소개하고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300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희망의 기자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7월5일 ‘희망의 기자들’을 이끄는 질 밴더푸텐(Gilles Vanderpooten) 편집장을 만났다.

– 미국에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가 출범한 게 2013년이다. ‘희망의 기자들’은 그보다 일찍 프랑스에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건가.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에 시작했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빌 게이츠 등의 도움으로 비교적 초기에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연구 성과를 냈다. 미국이 프랑스에 비해 8~9년 늦게 출범한 것 같지만 그 이전부터 문제 의식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1998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그 흐름이 이어져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가 출범했다고 봐야 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먼저 나타난 흐름이다. 물론 미국은 차별과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산적해 있고 이들이 사회 문제를 대하는 방식을 볼 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움직임이 영미 중심적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한국의 관심이 매우 반갑다.”

– ‘희망의 기자들’을 소개해 달라.
“성과도 있고 실패도 있었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에 출범했다. 1500명 이상의 기자와 언론사 운영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시각과 제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해결 지향의 보도에 대한 문제 의식이 확산됐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와 별개로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기자들이 있었고 저널리즘 어워드를 만들게 됐다. 처음에는 의도를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다. 종교 기반의 언론사들이 우호적이었고 초창기에는 이 언론사들과 협업을 많이 했다. 나중에 리베라시옹도 합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여러 언론사들이 솔루션 저널리즘 섹션이나 부서를 만들고 독립된 잡지를 출간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하지만 대부분 오래 가지 못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렉스프레스(L’Express)는 사회적 기업이나 지역 기반의 혁신 모델을 다루는 여러 매체를 스핀 오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지난 18년을 돌아보면 꾸준히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뭔가를 바꿨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기자들 사이에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저항은 많이 사라졌다.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 ‘희망의 기자들’이라는 이름도 궁금하다. 사실 기반의 저널리즘과 희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왜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기자들인지도.
“현장성을 강조하다보니 기자라고 했다. 희망이라는 건 낙관이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의미는 믿음이다. 언론이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보면 된다.”

– 조직 구성은 어떤가.
“상근 직원은 5명이고 자문 위원이 10명 있다. 150여 명 정도 참가자와 기여자(재정 지원 및 프로젝트별 참여 자원봉사자 및 연구자 등)가 활동하고 있고 2만여 명의 뉴스레터 구독자들이 있다. 구독자의 대부분은 기자들과 언론사 경영진이다.”

– 기자 교육이 핵심 업무라고 보면 되나.
“앞으로 기자 교육이 핵심 업무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례를 조사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리서치 중심 활동이 많았다. 기자 교육은 1년에 500명 수준이고 교육 기간도 반나절로 매우 짧았다. 하지만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원격 강의(MOOC)를 통한 온라인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주요 대학의 저널리즘 관련 학과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시작할 텐데 연간 교육생이 현재 500명 수준에서 4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기자가 3만5000명 정도 된다. 지역 언론사들을 위해 전국 순회 교육을 하는데 주요 거점 대학에서 진행된다. 도시 마다 이틀 정도 머물면서 최대한 많은 지역 언론인과 언론 관련 단체들과 만나려고 하고 있다 학생 뿐만 아니라 직업 기자들까지 15~40명 정도의 현직 기자들이 참여한다.

– 기자들에게 상도 준다. 어떻게 운영하나.
“직업 기자들에게 주는 상은 후보자가 200여명, 청년 기자들은 후보가 140명 정도 된다. 지원자를 받기도 하지만, 협회에서 1년 내내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르플러스(Le Plus)’라는 플랫폼을 운하고 있는데, 2000여 건의 탐사보도 기사들이 있다.”

– 직접 만드는 콘텐츠는 얼마나 되나. ‘La France des solutions(솔루션 프랑스)’라는 행사도 운영하고 있던데.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와 협의를 통해 1년에 한 번, 연말에 솔루션 저널리즘과 관련된 기자를 포함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사들을 초청해 공연과 토크쇼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이를 라디오로 내보낸다. 초청된 기자들이 청중 및 청취자들과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설득하는 자리이다. 초청되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고려하지 않으며, 매우 다양한 성향의 기자와 전문가들이 만난다.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이야기하면서 기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 재정 구조는 어떤가. 개인이나 기업 후원, 정부 지원 등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해마다 다르지만 대략 30만~45만 유로 정도 든다. 개인 후원으로 충당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언론사 경영진이고 우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솔루션 프랑스’ 같은 행사를 통해 기업의 재정 후원을 받기도 한다. 직접 뉴스에이전시를 만들기도 했지만 잘 안 됐다. 지금은 수요에 기반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를 테면 언론사들의 협업을 통해 솔루션 저널리즘 관련된 섹션이나 특별판, 정기간행물 등의 제작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주요 언론사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협업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은 협회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 한국의 기자들은 솔루션 저널리즘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엄격하다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희망의 기자들’에서 기자들을 교육할 때는 어떤가.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관심을 끌만한 이슈는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거나, 논쟁적이거나,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하는 것들이다. 또는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야 하는 의혹과 폭로 같은 것들이다. 특히 프랑스 사람들은 저널리즘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면 그것으로 생명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감시와 비판이 언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어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방식을 설명하고, 기존의 보도 방식을 한계를 보여주고, 그것을 보완하는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의심하게 된다. 우리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솔루션 저널리즘의 확산을 통해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현실에서 이 운동은 수많은 독자들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들을 신뢰를 두텁게 하는 일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전략은 사업으로도 가능하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교육 기관에서도 솔루션 저널리즘을 다루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일반적이라기 보다는 선택 가능한 하나의 구성 요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교도 있지만 적어도 거부감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사례가 다른 나라와 다른 지역의 해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가장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이야기해 달라.
“영향력이 컸지만 사실 단순했던 기사가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시골 지역은 공연이나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한 여성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호기심 버스를 만들었다. 이 버스로 한번에 5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을 태우고 연극이나 영화, 오페라 등을 관람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언론에서 다루기 시작했고, 언론의 모방 속성 때문에 더 많은 언론에 노출됐다. 결국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생겨났다. 흥미로운 시도였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복사하기 붙여넣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결 지향의 보도가 어떻게 변화를 만들고 퍼뜨리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였다.”

– 구글 어시스턴트와 협업도 하더라.
“맞다. 구글 홈에 ‘OK, Google, donne-moi une bonne nouvelle(OK, 구글, 좋은 소식 들려줘)’라고 말하면 우리가 선정한 기사 요약을 들려준다. 미국에서 영어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는데 우리가 처음 프랑스 법인에 연락했을 때는 거절 당했다. 그런데 얼마 뒤에 다시 연락이 와서 진행하게 됐다. 1년 동안 기사 선정과 녹음 작업을 해서 업로드했다. 한 편에 30초 분량이고 이용자가 월 6만 명 수준이다. 구글의 목표는 1만 명이었는데 6배나 됐다. 미국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 경제, 고용, 환경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언론사마다 다르다. 르피가로(Le Figaro)나 레제코(Les Echos) 같은 보수적인 대형 언론사들도 있다. 이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피가로나 레제코 같은 보수 성향 신문사들도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험하고 있는데 사업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 스타트업이나 혁신 기술 등에 대한 소개가 많다. 우리는 왼쪽에 있는 위마니떼나 리베라시옹, 중도 성향의 르몽드, 중도 우파 성향의 리푸앙(Le Point), 그리고 좀 더 오른쪽에 있는 피가로 등 성향과 관계 없이 여러 언론사와 협업을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 이념의 문제는 아니지만 난민 문제 같은 정치적 이슈의 경우는 입장 차이가 커서 함께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 단순히 좋은 이야기와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기사는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매우 어렵다. 기자들은 익숙한 관행에 의존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세상이 얼마나 비참하고 끔찍한지에 대해 보도하다 보면 여기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솔루션 저널리즘 역시 비판적인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다만 어떤 문제에 개입할 때 그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해결을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실험과 도전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한계가 있고, 어려움이 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저널리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치지 말기를 바란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언론사 내부의 지지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구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으며, 그것이 결국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언론사 경영진에게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하다.”